
'구급차 속 출산', '임신부 헬기 원정 이송', '분만 뺑뺑이'….
도시와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벌어질 법한 사건 같지만, 뜻밖에도 최근 경기도에서 나타난 사건들이다. 한 해 우리나라 신생아의 30~35%(7만~8만명)가 경기도에서 태어나는데도 상급종합병원이 운영하는 독립 어린이병원은 단 한 곳도 없다. 수도권에 속해, 정부의 지원우선순위에서도 밀리면서 경기도의 산모·소아 의료 인프라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경기도 산모·소아 생존체계 고도화 방안' 토론회에서 오경준 분당서울대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장(경기도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은 "경기도는 전국 시·도 중 출생아 수가 압도적 1위이지만, 고위험 분만 인프라는 전국 최하위권"이라며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즉시 수용할 수 있는 최정 거점 병원이 없다는 게 가장 치명적"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단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출생아 수는 7만7702명, 소아청소년 인구 수는 209만명으로 모두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산모·소아 의료 수요가 매우 큰 지역이다. 하지만 고위험 산모를 받아주거나, 촌각을 다투는 중증 신생아를 받아줄 의료기관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토로다.
그 예로, 지난해 경기도 안산시에 거주하던 34주차 임신부 A씨는 양막이 파열됐지만 경기도·서울·충남지역 병원 40여 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해 결국 구급차 안에서 출산했다. 같은 해 경기 시흥시에 거주하던 임신부 B씨는 복통·하혈 증상으로 119에 신고했지만, 경기·인천·서울 신생아집중치료실(NICU)과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23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하다 헬기를 타고 충청권 세종시로 이송해 분만해야 했다. 신고한 후 2시간40분 동안 병원 문턱조차 못 넘었다.


오 센터장은 "이처럼 전국 의료기관을 수배해야 하는 일은 경기도에선 매우 흔한 일"이라며 "이런 전원 부족 사태는 단순한 '연계 부족'이 아닌, '절대적 인프라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5년간 경기도 내 분만기관은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줄었다. 신생아집중치료실도 허가병상 대비 운영 비율이 65%에 그쳤다. 게다가 중증 소아 진료의 최종 안전망 역할을 할 독립된 어린이병원도 상급종합병원에 한 곳도 없다. 서울엔 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4곳에 독립된 어린이병원이 있고, 부산·경북·전남·전북·강원 등 주요 권역에서 국립대병원 산하 어린이병원을 운영하는 것과 대비된다.
경기도 신생아중환자실 병상 1개당 신생아 수는 220명(2023년 기준).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의 골든타임 누수를 막으려면 지금보다 병상이 100~150개 더 있어야 한다는 게 오 센터장의 추산이다. 이를 위해 이송 네트워크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고위험 산모부터 신생아·중증 소아환자까지 최종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주산기·어린이병원(Maternal-Children's Hospital·MCH) 구축을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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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센터장은 "주산기·어린이병원은 고위험산모집중치료실(MFICU)과 분만실, 전용 수술실,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을 한 건물 혹은 같은 공간 내에 배치하고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24시간 유기적으로 협력 대응하는 선진국형 진료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의대생·전공의들의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은 분만 의료기관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전국 분만 가능 의료기관은 445곳으로, 2014년(675곳)보다 10년 새 34.1% 줄었다. 특히 1차 의료기관(의원급)만 보면 같은 기간 376곳에서 178곳으로 무려 52.7%나 감소했다. 게다가 1시간 이내 소아청소년과에 갈 수 없는 인구 비율이 서울은 0%이지만 강원도는 11.1%, 제주도는 1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정부의 필수의료 확충계획: 산모·소아를 중심으로'에 대해 발제한 이영재 보건복지부 지역필수의료총괄과장은 "임신 주수, 미숙아 상태, 비수도권 여부 등에 따라 건강보험 수가를 추가 가산하기 위해 지난 6월, 연간 1000억원 예산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며 "고위험 임산부 집중관리료를 기존 3만5000원에서 7만원으로 올리고, 28주 미만 조산아를 분만하면 최대 506만원을 가산, 신생아 중환자 입원하면 최대 144만원을 가산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새 인력(전공의)을 유입하기 위해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야간·휴일 등 진료 취약시간대 공백을 없애기 위해 24시간 전문의 1대1 상담, 비대면 진료 연계를 검토하고 있다"며 "특히 인구 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소아주치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