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엔 "좋은 사이", 韓엔 "왜 돕나"…전방위 압박 나선 트럼프

정한결 기자, 뉴욕=심재현 특파원, 조성준 기자
2026.08.18 16:33

[the300]

[파주=뉴시스] 김금보 기자 =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을지프리덤실드·UFS) 연습 둘째날인 18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에서 국군 초소와 북한군 초소가 마주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언급하며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할 것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 2026.08.18. /사진=김금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발신하는 반면, 한국에는 강경한 압박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을 안보 지렛대로 삼아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과 방위비 분담 등을 강제하기 위한 다중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화기를 들고 통화하는 모습의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에는 "이봐 도널드, 우리 사이 좋지?"라고 김 위원장이 말하는 글씨가 합성됐다. 두 정상의 각별한 사이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부터 사흘째 김 위원장 관련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2019년 판문점 회동 당시의 사진을 게시하며 "우리는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북한에 부적절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훈련 규모 대폭 축소를 미 전쟁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김 위원장이 북미대화 요청에 응답했다고도 주장했다. '대화가 어느 단계냐'는 질문에 "매우 긍정적"이라고도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응답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반면 한국에 대해선 연일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이란 관련 지원 요청 거절을 전날에 이어 재차 언급했다. 그는 이 대통령에게 "미국은 3만9000명의 병력을 한국에 주둔시켜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고 있는데 이란에서 진행될 아주 쉬운 군사 작전을 도와주지 않겠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당신들을 돕는 데 개입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발언을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국면 전환용이자 한국에 대한 안보·경제 압박 카드로 해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전쟁이 수렁에 빠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한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이슈를) 던져놓고 그 중 잘되는 것을 성과로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폴리티코도 군사훈련 축소 위협의 배경으로 "한국의 3500억 달러 투자 약속 이행 속도에 대한 불만"을 지목했다. 폴리티코는 "이번 위협은 대통령이 경제와 안보 관계를 뒤섞는 경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며 "한 영역에서 발생한 불만이 다른 영역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실제 움직임도 심상찮다. 미 전쟁부는 이날 성명에서 "군 통수권자의 (훈련 축소)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표할 변경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반나절 만에 수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 이후 한미연합군사령부는 UFS(을지 자유의 방패) 기간 전시지휘소인 'CP탱고'의 인력들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휘소가 캠프 험프리스로 일시적으로 이동하는 사태도 발생했으며, UFS 기간 내 야외기동훈련(FTX)도 일부 축소되는 정황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은 이날 경기도 파주 공동경비구역(JSA)경비대대에서 진행하는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50주기 추모식 참석 일정을 취소하고 국방부 청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최근 광복절 축사에서 '종전선언을 위한 다자회담'을 제안한 이 대통령의 대미·대북·대중 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오는 19일 5년 만의 공식 방한을 앞두고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정부의 종전 구상에 대한 운신의 폭이 줄어든 셈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회담이 진행된다 한들 '코리아 패싱'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반도 문제해결에 있어 한국이 앞서 나가지 말라는 메시지와 김정은과의 직접 담판을 통한 레거시는 자신의 몫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중접근을 소홀히 하지 않되 대미접근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