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4년 중임·연임제 등을 포함한 이재명 대통령의 개헌 구상에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켠에선 복잡한 속내도 읽힌다. 그간 대통령 임기 단축과 4년 중임제, 권력 분산을 주장해 온 만큼 개헌 자체를 마냥 반대하기는 쉽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개헌 논의 제안에 응할 경우 이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 프레임에 끌려들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SNS(소셜미디어)에 이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눈가리기용 개헌"이라고 규정했다. 장 대표는 "심지어 자신의 재판을 아예 없애기 위해 온갖 악행을 다 저지르고 있다"며 "국민 반발이 거세고 이도저도 안 먹히자 '눈가리기용' 개헌까지 들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헌 논의의 선결 조건으로 이 대통령의 재판 재개를 제시했다. 김 원내수석은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이 재개되지 않는 한 건설적인 개헌 논의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재판을 받겠다'는 이 대통령의 6글자 선언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 역시 이날 SNS에 "이 대통령발 개헌 프레임 늪 속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며 개헌 논의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과 개헌 정국의 주도권이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동시 개헌에 반대하면서 이 대통령의 중임·연임 포기 선언을 개헌 논의의 선결 조건으로 요구한 바 있다. 김 원내수석도 이날 "시중에서는 이 대통령이 연임 개헌 대신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해서 실세형 총리로 권력을 연장하는 꼼수를 쓰지 않겠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도 같은 지점을 파고들었다. 개혁신당 싱크탱크 개혁연구원이 이날 공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2%)가 개헌 논의에 앞서 이 대통령의 연임 포기 의사 표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진정성 있는 개헌 논의를 시작하고 싶다면 대통령이 연임 포기 의사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등 야권 중진들과의 회동에서 "내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내가 먼저 (개헌을) 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다 반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고, 야권의 '연임용 개헌' 주장에 대해서는 "독재니, 연임이니 그런 이야기 자체가 대한민국 국민 수준에서 통하겠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단축 의사를 밝히고 연임 가능성에도 사실상 선을 그으면서 야권이 제기하는 '장기집권 개헌' 우려에도 나름의 답을 내놓은 셈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자체 개헌안을 꺼내거나 협상에 참여하기도 쉽지 않다. 개헌 의제와 시기를 선점한 이 대통령이 만든 정치적 구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서다. 향후 총선과 개헌 국민투표가 맞물릴 경우 선거의 주요 의제까지 여권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민의힘이 개헌 논의를 제안한 이 대통령을 향한 공세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개헌안의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이 대통령의 개헌 추진 배경과 사법 리스크 문제를 쟁점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국민의힘의 반대가 계속될 경우 개헌 논의에 속도가 붙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어느 쪽도 상대를 배제한 채 개헌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으로서도 야권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개헌 논의에 참여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백해무익한 정쟁보다는 다 함께 손을 맞잡을 때"라며 정치권에 협치를 주문한 것도 야권과의 협력 필요성을 의식한 메시지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