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가 전당대회 후 첫 공개회의에서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이 대법관 후보를 일방적으로 제청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김민석 당 대표는 "자진 퇴역하라"고 지적했고 최민희 수석최고위원도 "상상초월의 분노가 치민다"고 말을 보탰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괘씸죄로 탄핵하려고 하느냐"고 맞섰다.
김 대표는 19일 부산 동구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을 더 이상 대법원장으로 부를 수 없다고 지적하며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 조희대씨는 물러나는 것이 맞다.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이번 행위가 문제없다는 최악의 법 기술·농간을 부리려고 하는데 국민이 바본 줄 아느냐"고 쏘아붙였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 대법관에 요청한다. 조 대법원장이 잘못했다는 성명을 내달라"며 "대한민국 사법부에도 요구한다. 법관 회의를 열어 조 대법원장 자진 사퇴 요구를 결의하거나 적어도 이번 행위가 잘못됐다는 판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조 대법원장과 함께 모두 자진 사퇴하라. 이럴 거면 대법원 자체를 새로 구성하는 것이 낫겠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장시간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오던 중 전날 새 대법관 후보자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 각각 임명 제청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제청해왔다. 제청 전 청와대와 법원행정처는 후보 조율도 실시했다. 그러나 이번 조 대법원장 제청의 경우 만남 없이 서면으로 요구됐다. 이흥구 전 대법관 후임인 김 부장판사에 대해선 사전 협의가 있었으나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인 손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마저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일방 통보는) 209일간 뭉개던 대법관 제청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전날 해 버린 것"이라며 "대법원은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은 7만 쪽 분량 자료를 단 9일 만에 들여다보고 판결하더니 전원합의체에 기습 회부한 김건희·한덕수·이상민 내란 사건에 대해서는 감감무소식"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낱낱이 따져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민희 최고위원은 "조 대법원장과 사법부는 국민의 철퇴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국회가 탄핵을 포함해 조 대법원장의 거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일국의 대법원장이 이렇게 막 나가도 되냐. 이것이야말로 또 다른 사법농단"이라고 지적했고, 한민수 최고위원은 "조 대법원장이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국회 차원의 강력한 대응책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법률적으로 위반한 것이 없다며 조 대법원장을 감쌌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SNS(소셜미디어)에 "관례를 깬 것이 탄핵 사유라면 '국회의장은 원내 1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원내 2당'이라는 관례를 깬 민주당 의원 전원도 탄핵 대상 아니냐"며 따져 물었다.
정 원내대표는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이 제청해서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법률에 입각해 대법관 임명 제청권을 행사했을 뿐"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이 문제 삼는 것은 조 대법원장이 '관례를 어겼다'는 것일 뿐인데 '감히 대통령 뜻에 어긋나는 후보자를, 그것도 무례하게 서면으로 제청했느냐'는 괘씸죄를 묻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 원장은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란 두 권한의 충돌을 막기 위해 역대 정권에서 법원행정처와 청와대가 사전에 조율해 온 것"이라며 "이번 조 대법원장의 일방적 제청은 '나는 제청하니 당신이 임명하든 말든 하라'는 식으로 이 대통령에게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던져버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원장은 "자신의 퇴임(2027년) 전 대법관 성향이 변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지른 조 대법원장의 무리수"라며 "이 대통령은 (조 대법원장이 협의 없이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을 거부하고 조 대법원장에 재협의를 요청해야 한다. 손 부장판사 능력 문제가 아니라 조율 없는 제청을 수용하면 앞으로도 이렇게 제청이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