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당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만났다. 두 사람은 수시로 만나자는 데 뜻을 함께 했으나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문제와 관련해 신경전을 벌였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 있는 국민의힘 회의실을 찾아 장 대표를 예방했다. 지난 17일 김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양당 대표가 만난 건 처음이다. 김 대표는 이날 빨간색과 남색이 섞인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고, 장 대표는 웃으며 김 대표를 맞았다.
먼저 발언에 나선 김 대표는 "저는 장동혁 대표를 좋아한다"며 "필수불가결한 의미에서 필수적인 리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부분에 대해서는 견해를 달리했지만, 계엄 해제 과정에서 뜻을 함께해 중요한 역사적 분기점도 같이 넘긴 리더"라고 했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가 지속되는 한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장 대표와 저일 것"이라며 "정례화·상시화를 넘어 수시로 만나는 것이 좋지 않겠냐. 필요할 때 만나기도 하고 전화도 하며 수시로 소통하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 대표는 "김 대표가 국무총리의 경험을 되살려 민생과 경제를 위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되, 야당과 힘을 합쳐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기능도 함께 감당해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이어 "공식적인 자리에서 방송 카메라에 대고 대화하기보다는 서로 만나 수시로 대화하자는 제안에 적극 공감하겠다"고 말했다.
"할 말은 하겠다"고 예고했던 장 대표는 △대법관 제청 △미래대응기금 신설 △부동산 정책 등을 놓고 정부·여당을 겨냥한 발언도 이어갔다.
먼저 장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와 대법원의 대법관 제청 갈등 사례를 언급하며 "사법부 독립만은 지켜져야 하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기본이라는 신념에 노 전 대통령은 대법관 제청을 수용하고 임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인 만큼 이번에도 사법부 독립이란 관점에서, 법치주의 수호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관점에서 이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며 "여당 대표로서 이 문제에 대해서 국민 편에서 역할을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 결단을 감안하는 것이 좋지 않냐고 말씀을 주셨는데, 그런 정치적 결단을 요청하면서도 한편으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것도 맞다는 맥락을 담아주신 것 같다"며 "20년이 지난 지금 한쪽을 떠나 절차적인 모든 게 정상화돼야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말을 드린다"고 답했다.
그러자 장 대표는 "기존의 조율과 협의의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논란이 있는 걸 절차적 문제라 표현한 것"이라며 "오히려 (대법원장 대법관 제청 문제는) 절차에 문제가 없고, 사법부의 독립을 위한 고유 권한은 존중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회가 견제할 수 있도록 동의 절차를 마련해놨으니 견제는 국회에서 이뤄지고 대통령은 그에 따라 임명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문제는 앞으로 많은 대법관을 임명하는 데 기준이 될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과 달리 이재명 대통령이 직면한 여러 사법적 문제와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이 문제는 더욱더 투명하고 분명하게 마무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신설과 관련해 장 대표는 "100조원 넘는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데 있어 신중하게 고려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통제받지 않고 기금이 운용되면 본래 목적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금을 논의하기 전 초과 세수의 50% 정도는 중산층과 자영업자, 청년을 위한 자금을 사용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해 우선 논의하자"고 했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장 대표는 "시장질서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면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어제 고위당정서 변화된 입장을 보여준 것은 환영하지만 국민이 수용할 수 없다거나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과감하게 정책 방향을 선회하는 용기 있는 결단도 보여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장 대표 제안에 "전적으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며 "미래대응기금은 국민적 토론을 더 거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충분히 국회에서 토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부동산 정책에 대해는 "크게 집값을 세금으로 접근하지 않고 시장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전제 위에서 계속 노력하겠다"며 "여야 간 부동산 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논의하는 틀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해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