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사실상 이재명 정부를 향한 '전면전 선언'으로 채웠다. 부동산과 증시, 반도체, 인사, 사법리스크, 재정·안보까지 연설의 90% 안팎을 정부 비판에 할애했다. 최근 달라진 여론 흐름을 발판으로 정기국회 초반부터 여야 관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단어도 '대통령'이었다. 39차례에 달했다. '국민'은 37차례, '정부'는 34차례였다. 부동산 역시 18차례 등장했다. 연설 후반 국민의힘이 추진할 7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내용이 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겨냥했다.
공세의 범위도 넓었다. 정 원내대표는 이재명정부 출범 1년3개월을 '잼데믹', '암장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2기 개각과 보완수사권 폐지, 부동산 규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호남 반도체 투자, 확장재정과 미래대응기금, 대북정책 등을 차례로 문제 삼았다. 정부·여당의 공소취소·공소기각 논의와 대법관 증원, 배임죄 폐지 등을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 연결하면서는 "정부·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가 첫 연설부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린 배경에는 최근의 여론 흐름도 깔려 있다. 리얼미터가 전날 발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1.5%포인트(p) 하락한 37.4%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8주 연속 하락세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1.8%, 국민의힘 37.6%로 양당 격차가 4.2%p까지 좁혀졌다. 3주 연속 오차범위 안이다.
최근 지지율 하락 배경으로 2기 개각을 둘러싼 인사 논란과 부동산 정책 혼선 등이 지목된 만큼 국민의힘으로서는 대여공세를 집중할 명분이 생겼다. 정 원내대표가 연설 첫 리에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짚은 뒤 개각과 부동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야당이 수세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정부 실정론을 전면에 세워 반등 흐름을 굳히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앞으로의 국회 일정도 대여 공세를 이어가기 좋은 구조다. 2기 내각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 이어 다음달 국정감사, 이후 820조원대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는 예산국회가 차례로 예정돼 있다. 이번 연설에서 정 원내대표가 제기한 인사·부동산·재정 문제들은 향후 국감과 예산 심사의 주요 쟁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무선(100%)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활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4.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