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명예회장, 라트비아 의장·전 대통령 예방… 안보·민주주의 가치 공유

라트비아(리가)=정한결 기자
2026.09.20 09:00

[백용호의 시대동행]"서방은 러시아 본질 몰랐다"…나토 '최전선' 라트비아의 외침

[편집자주] '백용호의 시대동행'은 공정거래위원장·국세청장·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고 현 이화여대 명예교수인 백용호 머니투데이 명예회장(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이 정치·경제·사회 및 국제적인 리더를 만나 시대의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는 코너다.
백용호 머니투데이 명예회장이 18일(현지시간)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다이가 미에리냐 국회의장과 대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라트비아 리가) 정한결 기자

백용호 머니투데이 명예회장이 18일(현지시간) 발트 3국의 안보 요충지인 라트비아에서 다이가 미에리냐 국회의장, 바이라 비케프레이베르가 전 대통령을 잇달아 예방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트해 연안국들의 안보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백 명예회장은 이번 연쇄 회동에서 민주주의의 위기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양국 간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백 명예회장은 라트비아 수도 리가 국회에서 미에리냐 국회의장과 면담했다. 백 명예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와 발트 3국의 지정학적 안보 유사성을 공유하고, 라트비아의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비 증액 등 안보 강화 조치를 높이 평가했다.

백 명예회장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수발키 화랑 지역을 지나 이곳 리가까지 오며 라트비아 역시 러-우 전쟁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며 "한국도 북한과 맞닿아 있는 유사한 안보 환경에 있어 라트비아 국민들의 안보 걱정과 결단에 남다른 깊이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미에리냐 국회의장은 "민주적 원칙, 표현의 자유, 진실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국가로서의 우리를 형성했다"며 "스스로의 방어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내부 국방 예산에 GDP의 5%를 할당해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러시아발 허위 정보 선전 채널의 국내 송출을 전면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백 명예회장은 이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며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했다.

정보 규제와 표현의 자유 간 충돌에 대한 백 명예회장의 우려에 미에리냐 국회의장은 "민주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국가의 주권과 안보를 훼손하고 사회적 분란을 야기하는 선동까지 허용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양측은 반도체, 드론·전자전 및 방산 부품,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실질적 경제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백 명예회장은 "한국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역량이 뛰어나다"며 한국과 라트비아 간 군사 안보적 협력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미에리냐 의장은 "(협력에)잠재력이 매우 높다"며 "한국과의 기술협력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라트비아가 한국의 "유럽 진출 관문(Gate to Europe)"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양측은 아울러 라트비아 내 K-드라마·K-뷰티·한국 음식의 높아진 관심을 확인하고, 라트비아의 고품질 농산물·목조건축 기술·문화·예술 분야의 상호 교류 확대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백용호 머니투데이 명예회장(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라트비아 리가에서 바이라 비케프레이베르가 전 라트비아 대통령과 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한결

백 명예회장은 이어 이날 바이라 비케프레이베르가 전 대통령을 리가 소재 사무실에서 만나 역사와 남북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비케프레이베르가 전 대통령은 라트비아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및 EU(유럽연합) 가입을 이끌며 현대 라트비아의 안보와 민주주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양측은 소련 점령기 당시 시베리아 강제 이주와 인구 구조 변화 등 라트비아가 겪은 역사적 수난을 되짚고, 발트 3국이 동유럽 최전선으로서 느끼는 안보 위협과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비케프레이베르가 전 대통령은 "냉전이 끝나고 소련이 마침내 붕괴했을 때, 서방 세계는 이제 유럽에 영원한 평화가 찾아왔다고 착각했다"며 "러시아의 본질을 몰랐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입장에서도 지금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새로운 군사적 경험을 쌓고 첨단 기술에 대한 지식을 얻어가고 있는 현 상황이 무척 우려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백 명예회장은 "대통령 재임 시절, 거대한 강대국 러시아와 접해 있고 라트비아 인구의 27%가 러시아계라는 험난한 지정학적 비애 속에서도 자유민주주의를 안착시켰다"며 "강대국에 둘러싸인 복잡한 인구학적 환경 속에서도 라트비아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성공적으로 지켜낸 대통령님의 지혜와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비케프레이베르가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추진했던 법제 개혁, 국민투표를 통한 주권 위임 및 EU·NATO 가입 과정에서의 노하우를 공유했다. 양측은 민주적 헌법 가치 수호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최근 떠오르는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가 직면한 극단적 포퓰리즘과 빈부격차, 이민 문제 등 내부 도전 과제에 대해 의견도 나눴다. 아울러 국가 간 크기와 관계없이 국제법과 민주적 절차 아래 모든 국가가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과 상호 존중의 가치를 확립해야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라트비아는 발트해 동쪽 연안에 위치한 인구 약 188만 명의 발트 3국 중 하나로 1인당 GDP가 약 2만3000달러(구매력 평가 기준 PPP 약 3만 8000달러) 수준의 강소국이다. 1940년 소련에 의해 강제 합병되는 시련을 겪었으나 1991년 완전 독립한 후 한국과 수교했다. 2004년 EU와 NATO에 동시 가입하며 서방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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