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권 흔든 법무장관 잔혹사…'현역 불패' 붕괴에 '인선 고민' 확대

김도현 기자
2026.09.20 13:18

[the300]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날 김 후보자는 후보직을 사퇴했다. 2026.09.19. kmn@newsis.com /사진=김명년

여당이 틀어쥐고 인사청문회를 돌파시킨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여러 정치적 오해를 불식하겠다며 기자간담회를 단행한 이튿날이다. 법무장관 잔혹사가 재현됐다는 평가다. '현역 불패'가 깨진 현 정부의 추가 인선 난항이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20일 현재까지 장관으로 지명된 3명의 현역의원이 낙마했다. 강선우 무소속 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됐다 낙마하면서 최초의 '현역 불패'의 오명을 썼다. 이번 인선에서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김승원 민주당 의원(법무부 장관 후보자)이 여러 논란 속 자진사퇴의 길을 택했다.

이중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된 후 낙마한 첫 사례다. 김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 이후 여당 주도로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된 바 있다. 임명만 앞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자진사퇴를 발표했는데 성추행 등 추가 의혹이 폭로되기 직전 자진 사퇴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번 자진사퇴는 이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이튿날 발표됐다는 점에서 여당 내에서는 정권의 지지율 반등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었단 반응이 나온다. 더욱이 진보정당이 집권했을 때마다 반복됐던 법무부 장관 잔혹사가 재현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선 진보정권에서도 법무부 장관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들이 정권을 크게 휘청이게 한 바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재인 정부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현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 원장) 임명 논란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녀 입시 비리와 펀드 투자 등 가족 관련 불공정 의혹이 터져 나오며 이를 옹호하는 세력과 비판하는 세력 간 사회적 대립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핵심 가치로 내세운 공정과 정의에 치명상이 됐고 청년·중도층 지지 이탈이 가속하며 국정 동력이 크게 약화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1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2026.09.18. kmn@newsis.com /사진=김명년

김대중 정부에서는 2001년 5월 임명된 안동수 전 법무부 장관이 임기 시작 직후 불거진 '충성 메모 파동'으로 임명 43시간 만에 경질돼 역대 최단명 장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 건 노무현 정부에서는 법무부 장관 임명 때마다 파열음이 컸다. 여성·소장파 판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강금실 전 장관과 열린우리당 현역 의원이었던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 검찰이 거세게 반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기용 시도는 코드 인사라는 비판 속에 철회되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 현역 불패가 연달아 깨지면서 전례가 다시 소환된다. 새 법무부 장관 인선도 더욱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달 2일로 예정된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앞두고 검찰개혁을 주도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부재한 상황 속에 기소청이 출범할 가능성 또한 커진 상황이다.

야당은 김 후보자에 제기된 의혹을 끝까지 파헤치겠단 입장이고 청와대의 인사 검증 체계에 대한 공세도 키우는 모습이어서 이런 상황에서 적임자를 찾는 것이 더욱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공소취소 논란 방지를 촉구한 상황이라 비정치권 출신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치적 부담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판사 등 법조계 인사나 학계 출신이 이를 감당 가능하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와 관련한 비판과 관련해 "모든 인사들에 대해 아무런 지적이 없이 칭찬받기만을 바라는 것은 과욕"이라며 "인사 시스템을 재점검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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