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로 끝나지 않았다…여성 정치인 혐오, 결국 범죄로

이태성 기자, 민동훈 기자, 우경희 기자
2026.10.06 06:00

[혐오의 문법: 비판이 폭력이 되는 방식](下)

"공인이니 감수해"…선 넘은 여성 정치인 혐오, 결국 범죄로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정기회) 제7차 본회의에서 경제에 관한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2026.09.11.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여성 정치인을 향한 정당한 비판을 넘는 혐오인 데도 "공인이자 권력자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폭력적 시각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 혐오가 성적 모욕과 불법 합성물 등 실제 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있는 만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자신의 얼굴을 음란 이미지에 합성한 게시물이 온라인에 유포되는 피해를 입었다. 게시물에는 성폭행을 연상시키는 성적 표현도 포함됐다. 이 의원은 사건 이후 병원 치료를 받았고, 경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허위영상물 편집·반포 및 모욕 혐의로 게시자를 수사했다. 경찰은 이후 이 사건 피의자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해당 게시물은 이 의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비판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른바 민주당 내 '명·청 갈등'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이 의원이 지도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민주당 당원이었던 게시자가 성적 표현과 합성물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공방의 소재가 성적 모욕과 불법 합성물 등 범죄로 번진 사례다.

여성 의원들은 "얼마든지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불안감을 호소한다. 현직 여성 의원들은 사진을 대상으로 외모 품평을 당하거나 성희롱성 메시지를 받는 일이 흔하다고 말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021년 임신한 상태로 국회 본회의장 토론에 나섰는데 당시 사진이 온라인에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댓글에는 성희롱성 표현이 잇따랐다고 한다. 당시 용 의원은 "'원피스 입지 말 걸'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정치하는 여성으로서 현실의 벽을 마주한 기분"이라고 했다.

한 여성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정치인은 온라인상 유권자의 막말에 곧바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 의원 사례처럼 범죄로 변한다면 대응할 수 있겠지만 그 전에는 딱히 방법이 없어 선을 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댓글에 법적 조치를 취했다가 현실에서 추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면식도 없는 여성 기자를 상대로 수년간 온라인에서 비방과 성적 공격을 이어간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가해 남성은 2021년 이 기자를 성적으로 언급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수감 중에도 성적인 내용이 담긴 협박 편지를 보내는 등 지속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또 다른 여성 의원은 "국회의원은 상대적으로 신변이 안전하게 보장되지만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는 "비판과 혐오, 범죄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다. 심한 욕설이 담겨 있어도 정당한 비판이라면 정치인들은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면서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정치인들마저 이 선을 꾸준히 이야기하지 않으면 쉽게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성 정치인, 더 욕먹는 게 아니었다…문제는 '여자라서' 받는 공격

[워싱턴=AP/뉴시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15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개선문 조감도를 들고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백악관은 미국 독립 기념 250주년을 맞아 높이 250피트(약 76m)의 개선문 건립 계획을 밝혔다. 이 개선문은 링컨기념관과 알링턴 국립묘지 사이 회전교차로 안에 세워질 것으로 알려졌다. 2026.04.16. /사진=민경찬

여성 정치인을 향한 온라인 공격은 해외에서도 공격의 양보다 내용에서 성별 차이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성에게는 성별·외모·성역할을 겨냥한 공격이 더 집중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여성혐오 공격이 늘어난 뒤 SNS(사회관계망) 활동이 감소하거나 자기검열이 나타나는 현상도 확인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애니 자먼 연구원이 지난 4월 영국 정치학술지 '브리티시 저널 오브 폴리티컬 사이언스'(British Journal of Political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 주의원을 언급한 SNS 게시물 300만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 온라인 가시성이 높은 여성 의원이 받은 성별 특정 공격은 남성 의원의 약 2배였다. 연구진은 여성 정치인을 향한 공격이 남성보다 더 많아서가 아니라, 공격의 내용에서 성별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성별 특정 공격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용되는 멸칭뿐 아니라 외모, 연애·결혼 관계, 부모 역할, 성별을 근거로 한 능력 평가와 고정관념 등이 포함됐다. 가시성이 가장 높은 구간에서는 적대적 언급 가운데 젠더 요소가 포함된 비율도 여성 약 25%, 남성 약 15%로 벌어졌다. 연구진은 여성 정치인이 받는 온라인 공격을 분석할 때 단순한 공격 건수뿐 아니라 공격에 성별이 어떻게 동원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성 의원이 온라인 공격을 더 자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성별이나 성적 내용을 담은 공격에는 훨씬 더 많이 노출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웨덴 웁살라대 요세피나 에릭손·산드라 호칸손·세실리아 요세프손 연구팀이 2021년 '퍼스펙티브스 온 폴리틱스'(Perspectives on Politic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6년 스웨덴 국회의원 349명 가운데 287명을 조사한 결과 온라인 공격을 한 차례 이상 경험한 비율은 남성 93%, 여성 95%로 큰 차이가 없었다. 직접적인 위협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오히려 남성 78%, 여성 67%로 남성이 높았다.

그러나 공격에 성별이나 성적 내용이 포함되는지를 따지자 결과가 달라졌다. 이런 댓글을 한 차례 이상 받은 비율은 여성 의원 79%, 남성 의원 46%였다. 연구진은 남성 의원이 주로 '정치인'으로서 공격받은 반면, 여성 의원은 정치적 역할과 함께 '여성'이라는 점 자체가 공격의 소재가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고 분석했다. 심층 인터뷰에서도 여성 의원들이 남성보다 SNS에 올릴 내용을 더 조심하거나 특정 주제를 피하는 등 스스로 표현을 제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여성 정치인에 집중된 '성별 공격' 연구 사례/그래픽=김지영

온라인 여성혐오 공격이 늘어난 뒤 여성 후보자의 실제 SNS 활동이 줄어드는 현상도 관측됐다. 독일 뮌헨공대(TUM) 루이제 코흐 등 연구진이 학술지 '인포메이션, 커뮤니케이션 앤 소사이어티'(Information, Communication & Society)에 발표한 연구는 2022년 브라질 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 445명과 관련한 트윗 1000만여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전 주의 여성혐오 공격이 늘어날수록 다음 주 후보가 직접 올리는 트윗 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성혐오 공격을 일정 수준 이상 받은 여성 후보 143명을 따로 분석해 한 주 동안 받은 공격량과 다음 주 직접 올린 트윗 수의 변화를 비교했다. 후보별 분석에서는 94%에서 여성혐오 공격이 많았던 주일수록 다음 주 트윗 활동이 줄어드는 방향이 나타났다. 전체 후보를 합친 통계분석에서도 공격 증가 이후 게시량이 감소하는 관계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다만 후보들이 해당 공격을 실제로 읽었는지, SNS 활동을 다른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활동으로 옮겼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어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단정하지 않았다.

여성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국제 조사에서도 온라인 폭력 이후 '자기검열' 현상이 나타났다. 유네스코(UNESCO)와 유엔여성기구(UN Women), 국제언론인센터(ICFJ) 등이 발표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조사에 참여한 여성 언론인·미디어 종사자의 45%가 온라인 폭력을 피하기 위해 SNS에서 자기검열을 한다고 답했다. 업무 과정에서 스스로 표현을 제한한다는 응답도 약 22%였다. SNS 자기검열 응답은 2020년 30%에서 2025년 45%로 높아졌다.

한국여성의정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 "핵심은 여성 정치인이 남성보다 더 많은 비난을 받느냐가 아니라, 정치적 비판 과정에서 성별과 외모, 성 역할이 공격의 소재로 동원되느냐"라며 "해외에서도 이런 성별화된 공격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일부 연구에서는 SNS 활동 감소나 자기검열과의 연관성까지 나타난 만큼 단순한 악플 문제가 아니라 공적 발언 환경의 문제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4만4656건 댓글 AI 전수분석…조건 맞춘 남녀 16쌍 비교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 2026.9.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이번 조사는 머니투데이와 한국여성의정(상임대표 박영선)이 공동으로 ㈜옥소폴리틱스에 의뢰해 진행했다. 2026년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92일간 유튜브 정치 콘텐츠에 달린 댓글 총 4만4656건을 AI(인공지능) 툴을 활용해 전수 분석했다.

남녀 간 차이를 비교하는 조사인 만큼 국회의원 남녀 각 8명씩 16명, 기자 남녀 각 8명씩 16명 등 총 32명을 선정해 16쌍으로 묶었다. 정치인은 해당 의원을 지칭한 댓글을, 기자는 출연 영상에 달린 댓글 전체를 AI로 판정했다. 기자 댓글 가운데 해당 기자를 직접 지칭한 댓글은 별도로 가려냈다. 이후 모든 댓글을 △외모·신체 △성적 함의 △성역할 △인신공격 등 4가지 기준에 따라 분류·분석했다.

◆ 조건 맞춰 분석…남녀 16쌍으로 묶었다

AI가 양성으로 판정한 댓글은 사람이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검수 과정을 거쳤다. 사생활과 관련된 댓글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고, 공적 활동과 관련된 댓글만 분석했다. 또 2차 피해 우려가 있는 합성물 사건 관련 댓글, 특정 인물을 별명화한 멸칭, 변형하더라도 그대로 인식되는 노골적인 성적 표현 등은 보고서에 반영하지 않았다. 인물별 피해 정도를 비교하거나 순위를 매기는 방식도 조사에서 배제했다.

남녀 간 통계적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조사 대상 32명을 16쌍으로 묶었다. 16쌍은 전체 정치인·기자 가운데 무작위로 뽑은 표본이 아니라, 성별 외의 조건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춰 차이를 비교하기 위한 통제된 표본이다.

국회의원은 같은 정당과 비슷한 선수(당선 횟수), 비슷한 노출량 등 정치적 활동의 중량감이 유사한 남녀 의원을 짝지어 8쌍을 구성했다. 기자도 같은 프로그램을 맡고 출연 빈도와 역할 등이 비슷한 남녀 기자를 짝지어 8쌍을 만들었다.

◆ "젠더 아닌 진영 적대 탓?"…채널 성향 나눠 재확인

적대적인 댓글이 성별 때문이 아니라 상대 진영에 대한 정치적 반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고려했다. 이에 따라 각 인물의 정치적 성향과 같은 진영의 유튜브 채널, 반대 진영의 유튜브 채널에서 수집한 댓글을 나눠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여성 의원에 대한 젠더 공격 비율은 같은 진영 채널에서 10.55%, 반대 진영 채널에서 14.21%였다. 남성 의원은 각각 2.15%, 3.26%였다. 반대 진영 채널에서 젠더 공격 비율이 남녀 모두 높아졌지만, 남녀 간 격차 자체는 유지됐다. 진영 성향을 나눠 분석해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확인된 만큼, 진영 성향만으로 전체 결과를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조사는 32명의 공적 발언자를 대상으로 조건을 맞춰 비교한 통제 분석이다. 따라서 조사 결과를 전체 정치인이나 기자, 일반 여성에게 그대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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