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문법: 비판이 폭력이 되는 방식](上)

"저 여자"
이름 대신 성별이 먼저 불렸다. 정치 기사도, 유튜브 정치 콘텐츠 댓글도 그랬다. '저 여자'. 욕설은 아니지만 이름이나 직함이 아니다. 명백히 부정적인 표현이다. 때로는 '저 X'으로 이어진다. '혐오의 문법'은 일상이다.
물론 정치인은 언제나 비판의 대상이다. 반대편에서 비판하는 우리는 어떨까. 정치를 '4류'라고 자조하면서 온라인에서 비난의 화살을 여성에게 날리며 정치를 소비하는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선을 넘는 비난은 정치인의 입을 막는다. 정치적 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국 정치 참여 자체를 주저하게 만든다. 공격받은 정치인이 극단적인 언어와 행동으로 대응하면 정치의 양극화가 나타난다. 사회 전체가 나눠 부담하는 사회적 비용이다. 왜곡된 혐오의 문법을 바로잡는다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이 불필요한 비용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5일 머니투데이 the300과 한국여성의정(상임대표 박영선)의 기획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다. (주)옥소폴리틱스에 의뢰해 AI(인공지능) 툴을 활용했다. 지난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92일 동안 생성된 4만4656건의 방대한 유튜브 정치 콘텐츠 댓글을 전수 분석(아래 조사개요 참조)했다. 여성은 정말 남성보다 더 공격받고 있는지, 공격받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하기 위한 시도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더 많은 욕을 먹은 쪽은 여성이 아니었다. 남녀 의원 8쌍을 묶어 분석한 결과(쌍별 중앙값 기준), 댓글에 인신공격성 내용이 포함된 비율은 남성이 67.2%, 여성이 58.4%로 남성이 더 높았다. 온라인 정치공간은 애초 남녀 모두에게 거친 광야였다.
하지만 비판의 내용을 들여다보자 결과는 달라졌다. 여성 의원을 향한 인신공격에 '젠더'(사회적 성별)가 결부된 비율은 남성 의원의 5.3배에 달했다. 함께 조사한 여성 기자에 대한 젠더 공격도 남성 기자의 2.8배였다. 여성만 욕을 먹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 비판과 공격 속에서도 여성에게는 일상적으로 성별이 따라붙었다.
남성에게도 '남자답게 말하라'거나 '사나이가 그러면 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 같은 사안에서 여성은 '집에 가서 애나 보라'는 공격을 받았다. 남성에게는 '그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라'고 하면서 여성에게는 '그곳은 네 자리가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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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에서도 차별의 문법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쁘니까(예쁘니까) 봐준다"는 댓글처럼 발언이나 정책은 사라지고 여성의 외모만 남기는 말까지 칭찬으로 봐야 할까. 칭찬의 탈을 쓴 차별이다.
여성을 향한 공격은 특정 악플러의 전유물도 아니었다. 800여개의 젠더 결부 댓글을 분석한 결과 한 사람이 여러 개를 생산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였다. 불특정 다수가 어쩌다 하나씩 던진 댓글 하나하나에 혐오의 문법이 담겨 있었다.
정치인의 신체를 품평하고 성별을 끌어들여 공격하는 것은 정치적 비판과 완전히 다르다. 일상화한 혐오는 AI(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하면서 불법 합성이나 허위 영상물 등 새로운 범죄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여성 정치에 대한 고민을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나라들의 조사 결과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성차별적 공격이 실제 정치활동을 위축시키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결국 사회 전체가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비판하고 있는가. 정책과 발언인가, 아니면 그 사람의 성별과 몸인가. 스스로의 언어를 돌아보는 것에서 혐오의 문법을 바꾸는 첫걸음이 시작된다. 필요하다면 법과 제도를 손볼 필요도 있다.

온라인에서 여성 국회의원은 이름이나 직함 대신 '성별'로 호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을 향한 온라인 댓글 12건 가운데 1건은 '저 여자' 등 성별 표현을 담고 있었다. 같은 직업의 남성 의원은 81건 중 1건 수준에 그쳤다. 공적 직무를 수행하는 기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욕설은 아니었지만 이후 이어지는 '젠더 공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표현이었다.
5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한국여성의정(상임대표 박영선)은 ㈜옥소폴리틱스에 의뢰해 지난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총 4만4656건의 유튜브 정치 콘텐츠 댓글을 취합했다. 이 가운데 남녀 국회의원 8쌍(16명)에 대한 댓글 1만3507건을 별도로 분석했다.
남녀 의원 8쌍의 성별 호명 비율을 비교(쌍별 중앙값 기준)한 결과 여성 의원을 성별로 호명한 댓글 비율은 전체의 8.48%, 남성 의원은 1.23%로 집계됐다. 정당·선수·노출 맥락 등이 비슷한 남녀 의원 8쌍을 비교했을 때 여성 의원의 성별 호명 비율이 남성보다 6.9배 높다는 얘기다. 특히 8명의 여성 의원 가운데 성별 호명을 가장 많이 당한 경우 댓글 10건 중 1건인 10.99%가 성별과 연관됐다. 가장 낮은 경우도 5.36%로, 남성 의원 중 가장 높은 1.86%보다 약 2.9배 높았다.
인신공격에 젠더 표현이 포함된 댓글은 여성 의원이 남성 의원의 5.3배였다. 외모·신체, 성적 함의, 성역할 등 이른바 '젠더 프레이밍'을 한 경우도 여성 의원이 남성 의원의 4.2배였다. 문제의 댓글에 쓰인 표현은 주로 '이 여자' '여 의원' '아줌마' 등이었다. 방송에 출연한 남성 의원은 이름으로 부르면서 여성 의원만 '저 여자'로 가리키는 댓글도 포착됐다.
반면 '이 남자' '저 남자'라는 표현은 단 한 건도 집계되지 않았다. 여성 의원을 '이·저·그+여자·년·녀'로 지칭한 댓글은 140건이었지만 남성 의원을 '이·저·그+남자'라고 한 댓글은 없었다. 여성·남성 의원을 각각 '이·저·그+놈'으로 가리킨 댓글은 11건, 85건이었다.
성별 호명은 이후 의원에 대한 평가와 공격에도 연결됐다. 칭찬이든 비난이든 의원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직업보다 성별이 먼저 부각된 뒤 평가가 이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를테면 여성 의원에게 달린 '이쁘니까 봐준다' '얼굴 믿고 투표했어요' 등의 댓글은 호의적인 표현처럼 보이지만 정치인의 발언과 정책보다 외모와 성별을 먼저 호명한 경우다. 반면 '집에 가서 애기나 봐라' '여편네' '아낙네' 같은 표현은 "여성은 공적 영역이 아닌 가사·돌봄의 영역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남성 의원에게도 성역할을 부여하는 표현은 있었다. '남자답게 말해라' '사나이가 그러면 되나'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여성에게 '가사·돌봄의 영역으로 돌아가라'는 의미가 주로 담겼다면, 남성에게는 '강하고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요구하는 방식이었다.
경력·직무 등을 고려해 추린 남녀 기자 8쌍을 대상으로 한 분석도 같은 양상이었다. 여성 기자에게 달린 댓글 가운데 6.24%가 '성별 호명'을 포함한 반면 남성 기자는 1.00%로 약 6.2배 낮았다. 같은 지적을 하면서도 남성 진행자에게는 '기자'라고 부르고, 여성 기자에게는 '여기자'라고 부르는 식이었다.
조사를 수행한 옥소폴리틱스는 "성별로 부르는 것 자체는 욕이 아니다"라면서도 "대상을 일하는 사람을 일이 아니라 성별로 분류하는 첫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고 분석했다.

여성 국회의원을 향한 젠더 평가는 적대적인 비난뿐 아니라 호의적인 칭찬에서도 드러났다. 특히 외모에 대한 평가를 정치적 능력이나 직무 수행과 연결하거나 외모를 근거로 정치인을 판단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5일 머니투데이 the300과 한국여성의정이 지난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92일간 유튜브 정치 콘텐츠 댓글을 전수 분석한 결과, 같은 정당·선수 조건으로 묶은 남성 의원 8명에게서 외모나 목소리를 칭찬하는 댓글은 3건에 그쳤다. 반면, 여성 의원 8명에게서는 52건이 확인됐다.
여성 의원 8명 가운데 6명이 외모 관련 칭찬을 받았다. 특히 2명에게 37건이 집중됐다. 반면 남성 의원은 8명 중 2명만 외모 칭찬을 받았으며 나머지 6명에게서는 관련 댓글이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한 여성 의원에게는 '얼굴 믿고 투표 많이 했다', '똑똑하네 얼굴값 하네, 미모가 보면 똑똑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쁘니까 봐준다', '너는 이미 끝났다, 얼굴 반반하니 (다른 일)이나 해라'는 댓글도 있었다. 단순히 외모를 언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모를 직무 능력이나 정치적 판단의 근거로 삼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번 조사·분석을 수행한 옥소폴리틱스는 "(여성 의원 댓글의 경우) 얼굴을 투표 이유로 들거나, 인상에서 능력을 읽어냈다"며 "반대로 얼굴에 대한 평가를 근거로 행동에 대한 선악 판단을 면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칭찬과 비판을 합쳐 외모·목소리와 관련된 댓글 266건을 분석했을 때도 성별 차이는 뚜렷했다.
'예쁘다' 또는 '못생겼다'처럼 외모를 직접 평가한 댓글은 여성 의원이 60건, 남성 의원이 10건이었다. '보기 싫다' 등 외모에 대한 혐오·거부 반응도 여성 의원은 52건으로 남성 의원(11건)보다 많았다. 반면 '인상이 변했다'처럼 외모의 변화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댓글은 여성 의원 10건, 남성 의원 11건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남성 의원에게는 '인상이 전직 때는 선했는데 얼굴 상이 사악해졌다', '순수했던 그는 어디가고 얼굴이 저리 변했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반면 여성 의원에게는 '못생겼다', '예쁘다', '미모가', '반반하니', '얼짱', '박색' 등 외모 자체를 평가하는 표현이 주로 등장했다.
남성에게도 얼굴에 대한 언급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그가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와 연결된 서사였다. 여성에게서는 달랐다. 정치인으로서 무엇을 했는지보다 얼굴 자체가 평가의 대상이 됐다. 칭찬과 비난의 방향은 달라도, 여성을 먼저 외모로 판단하는 시선은 같았다.


여성 정치인을 향한 온라인 젠더 혐오 댓글은 주로 누가 쓸까.
소수의 작성자가 조직적으로 도배한 결과라는 예상과 달리 수백 명의 이용자가 각자 한두 차례씩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악성 계정을 차단하거나 제재하는 방식만으로는 일상화한 혐오 언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 한국여성의정이 ㈜옥소폴리틱스에 의뢰해 지난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92일간 유튜브 정치 콘텐츠 댓글을 전수 분석한 결과, 국회의원 8쌍(16명)에게 달린 젠더를 겨냥한 성격이 짙은 '확정적 젠더 결부 댓글' 806건을 작성한 이용자는 모두 783명으로 집계됐다.
댓글 수와 작성자 수가 거의 1대 1에 가까웠다. 사실상 한 사람이 한 건씩 젠더 혐오 표현을 남긴 셈이다. 실제 중복 작성 여부를 추적한 결과 806건 가운데 한 사람이 두 건 이상 작성한 사례는 20명에 그쳤다. 특정 세력이나 일부 계정이 댓글창을 장악해 여론을 왜곡한 것이 아니라 다수의 이용자가 각자 댓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옥소폴리틱스는 "조직적 계정이나 특정 집단의 소행이라는 설명은 데이터로 지지되지 않는 널리 퍼진 발화 관습에 가깝다"며 "단순 계정 제재로 줄어들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일상화한 젠더 결부 댓글이 폭넓은 공감이나 지지를 얻는 것은 아니었다. 같은 인물에게 달린 댓글을 젠더 결부 여부에 따라 비교했을 때 젠더를 동원한 댓글이 받은 '좋아요' 수는 일반 댓글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여성 의원에게 달린 댓글 중 젠더가 결부되지 않은 일반 댓글의 '좋아요'는 평균 2.14개였으나, 젠더 결부 댓글은 평균 1.12개에 그쳤다.
성별을 연관 지어 비난하는 댓글에 대한 심리적 지지나 동조가 예상보다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남성 의원에게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남성 의원의 경우 일반 댓글은 평균 2.18개를 받은 반면 젠더 결부 댓글은 1.40개에 머물렀다.
정치적 진영 갈등이 젠더를 겨냥한 댓글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 진영 채널에서 젠더 공격이 늘기는 했지만 남녀 의원 모두 비슷한 폭으로 증가했다. 인물의 소속 정당과 반대되는 채널에 출연했을 때 젠더 결부 공격 비율은 여성 의원이 10.55%에서 14.21%로 1.3배, 남성 의원은 2.15%에서 3.26%로 1.5배 각각 늘었다. 양쪽 모두 증가폭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조사방법]
이번 조사는 머니투데이와 한국여성의정이 공동으로 (주)옥소폴리틱스에 의뢰해 진행했다. 2026년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총 92일 간 유튜브 정치 콘텐츠에 달린 댓글 총 4만4656건을 AI(인공지능) 툴을 활용해 전수분석했다. 남녀 격차 배수는 국회의원과 기자 총 32인을 16쌍으로 묶어 각 쌍별 대조해 계산했다. 사생활 비판, 2차 피해 여지가 있는 댓글 등은 제외했다. 자세한 내용은 조사방법 기사(☞[어떻게 조사했나]4만4656건 댓글 AI 분석…비교는 조건 맞춘 남녀 쌍으로)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