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25조원 규모의 전기요금 선납을 제안한 데 대해 국민의힘이 비판을 쏟아냈다. 정부가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를 위해 기업에 무리한 부담을 전가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당시 체결된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 계약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왜 선납을 거절했겠느냐"며 "반도체 산업은 일시적인 호황일 수 있고 앞으로 불확실성이 큰데 돈을 미리 내라고 하니 부담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전은 호남 반도체 산단의 전력망 구축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두 기업에 25조원 규모의 전기요금 선납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한전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김재군 한전 전력계통본부장 부사장은 "현재 한전의 사채발행한도가 자본금·적립금 합한 금액의 5배까지 돼 있는데 2027년 말까지 2배 이하로 줄여야 한다"며 "20조원 이상을 선납 받으면 그 범위를 초과하지 않기 때문에 자체 문제해결을 위해 전기요금 선납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퇴직연금을 활용한 국민 참여 방식의 투자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임문영 민주당 의원은 "퇴직연금은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하고, 한전채보다 조금만 더 이익이 되더라도 굉장한 유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고 김동철 한전 사장은 "신중하게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호남 반도체 산단의 전력망 구축 비용 분담도 쟁점이 됐다. 관련 사업비 총 1조4000억원 가운데 한전 부담이 20%고 나머지는 기업이 부담한다는 김 사장의 설명에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반도체 특별법상 국가와 지자체가 (전력망 구축 비용의) 50~100%를 부담할 수 있는데 한전이 20%면 나머지는 누가 부담하냐"며 "기업이 다 하라는 것은 오른팔만 비튼 게 아니라 왼팔도 다 비튼 것"이라고 꼬집었다.
부지 선정 과정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이어졌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SK하이닉스의 사업 속도 조절 가능성을 언급한 뒤 최태원 회장이 호남을 방문했다며 정부·여당의 기업 압박 의혹을 제기했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기업의 현장 활동을 국회에서 일일이 거론하면 기업이 세계 시장보다 국회를 의식하게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당시 체결된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 계약의 손실 가능성을 거론하며 반격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13년 만에 성과라며 3조3000억원 규모로 홍보했던 사업에서 최소 1조2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원가 산정 자료 확보 미비와 불리한 계약 조건 등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수주에 매몰돼 계약을 추진했다"며 "어떻게 말도 안 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계약을 독촉한 것이냐"고 다그쳤다.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제가 부임하기 전의 일이라 참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부임한 이후에는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절차를 개선했다"고 해명했다.
또 국민의힘은 전윤종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산기진) 원장이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산기평) 원장 재직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사실을 놓고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논란을 제기했다. 김성원 산중위 위원장은 "보통 공공기관장들은 대선캠프에 가서 활동하지 않는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식의 답변은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전 원장은 "질책과 우려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신중하겠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