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중앙행정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현행법상 예외인 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 외교·안보 부처까지 포함되면서 서울에 집중된 주한 외국공관과 군 지휘부 등과의 소통·협조 체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에 따라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 등 44곳, 공무원 정원 기준 9929명을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세종으로 이전한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등 대통령 관련 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앙행정기관이 이전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이번 이전 대상에는 현행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기관인 외교부·통일부·국방부·법무부·성평등가족부 등 5개 부처도 포함됐다. 이들 부처는 2004년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법 위헌 결정 이후 마련된 행복도시법에 따라 이전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정부는 2031년까지 순차적으로 외교·통일·국방부 세종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외교부·통일부·국방부는 정부 방침에 따라 이전 계획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정부 차원의 방침이 정해진 만큼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도 "정부의 지침에 따라 관계기관과 협조해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취재진과 만나 "정부의 종합적인 이전계획에 따라 준비할 것"이라며 "중앙행정기관에 관련된 정부 전체의 계획에 따라 발표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뒤숭숭한 분위기가 읽힌다. 세종 이전과 관련한 충분한 사전 의견 조율이 없었던 데다 지방 이전 시 보안 및 업무 효율성 문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지 않다. 특이 외교 안보 부처는 청와대와 주한 외국공관, 군 지휘부 등과 신속하고 긴밀한 소통·공조가 필요한 기관인 만큼 이전 과정에서 적지 않은 후속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외교부는 서울에 밀집한 주한 외국공관과의 물리적 거리가 주요 문제로 꼽힌다. 외교부 본부가 세종으로 이전하더라도 외국공관들이 함께 이전할지는 불투명하다. 외교부도 이전 계획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주한 외국공관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전계획이) 구체화되면 그런 점에서 공관들과 소통이 필요하다"며 "전체적으로 어떤 계획이 나올지는 상황을 좀 봐야 하며, 관련해 공관들에서 문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적으로 한번 (공관들에) 같이 설명하는 계획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합동참모본부 등 군 지휘부와의 소통 문제가 거론된다. 이번 이전 계획에 합참은 포함되지 않았다. 합참이 서울에 남을 경우 국방부의 정책·군정 기능과 합참의 군령·작전 기능이 세종과 서울로 분리되면서 업무 협조의 비효율과 군 대비태세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군 당국은 다만 물리적 거리로 인한 소통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이미 각 사령부와 예하부대 사이에 VTC(화상 원격회의 시스템)가 잘 갖춰져 있어 기관 간 거리가 멀어지더라도 업무 협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운영 효율성 문제도 제기된다. NSC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인사와 외교·안보 부처 장관 등으로 구성되는데, 국가안보실은 이번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외교·북한·군사 등 주요 현안이 발생하면 NSC 상임위원회나 실무조정회의가 소집된다. 외교부·통일부·국방부 장관과 실무 책임자들이 세종에 근무할 경우 긴급한 대면 회의나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중앙행정기관 지방 이전 관련 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정부의 이전 계획에 발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행복도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법에서 5개 부처를 이전 제외 대상으로 규정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도 이들 5개 부처를 이전 제외 대상에서 삭제하는 법 개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