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담배요? 안 팔리죠. 평소의 10분의 1? 4000원대는 거의 안 나가요. 금연효과요? 3개월 지난 다음에는 90% 이상 제자리로 올 겁니다. 끊길 바란다면 2000원은 약합니다. 나라에서 끊길 바랬다면 2000원 올렸겠어요? 5000원 이상 올려버렸지. 당연히 증세로 봐야죠."(서울 종로구 인근 편의점 주인 박모씨)
#2"담배 제일 싼 거 주세요."
"지금 다 나갔어요."
"어휴 그럼 그냥 '에쎄' 줘요."
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한 편의점. 2000원대 담배가 동이 났음을 확인한 정모씨(45)는 한숨을 내쉬며 원래 피우던 '에쎄'를 구입했다. A씨는 "담뱃값이 올랐지만 한동안은 끊기 어려울 것 같다.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독인데 2000원 올랐다고 못 끊는다. 국민건강을 위한다면 팔지를 말 것이지 정부가 서민들 다 죽이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외산담배를 제외한 담뱃값이 평균 2000원가량 인상된 지 5일째. 서울 송파구와 종로구 인근 편의점 등 소매점 6곳 직원들은 담배 판매량이 평소의 '10분의 1'이라고 울상을 지으면서도 궁극적인 금연효과는 적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9월부터 흡연자들이 미리 사둔 담배가 3달여 후 소진되면 대부분 다시 담배 구매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흡연자들 역시 2000원은 '세수 확보를 위한 최적의 인상액'이라며 정부 정책이 '서민 증세'라는 불신을 보이고 있다.
◇"금연효과 장담은 금물…3개월 후 확인해야"
이날 서울 송파구와 종로구 인근 편의점과 슈퍼마켓 6곳에선 일부 가격이 오르지 않은 '2000원대' 외산담배를 구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2000원대 담배가 동이 난 가게 4곳에서 절반가량의 흡연자들은 다른 가게로 발길을 돌렸고 절반가량은 4000원대 담배를 구매했다.
한 편의점 업주는 "아직은 담배 손님이 줄어든 게 금연 때문인지 사재기 때문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면서도 "금연 하겠다는 분이 20~30%라면 실제 실행은 10% 정도라고 본다. 2000원대 제품이 살아있기 때문에 그나마도 금연효과가 더디다"고 설명했다.
한국항공대학교 한국건강증진재단이 2012년에 발표한 '담배가격인상 부작용 대처방안'은 담뱃값 인상이 예상되는 경우 흡연자들이 평균 80갑 사재기를 하며, 따라서 담배 가격 인상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흡연율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흡연자들은 대부분 이미 일정분의 담배를 비축해뒀으며 2000원 인상의 타격은 크지만 장기적으로 담배를 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모씨(28)는 "던힐 1mg은 아직 가격이 그대로고 틈날 때마다 미리 7갑 모아놔 큰 변화는 없다"며 "2000원은 취업준비생에게 큰 부담이라 한 개피 한 개피 정성들여 필터까지 쪽쪽 빨아먹는 성의는 보이겠지만 그냥 밥 좀 싼 거 먹는 등 다른 지출을 줄일 것 같다. 20개비 피우던 거 16개비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2000원 인상은 금연정책 아닌 서민증세"
흡연자들이 금연효과를 의심하는 주된 이유는 '2000원'이라는 인상액이다. 2000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를 늘릴 최적의 금액인 반면 흡연자들에겐 담배를 끊기엔 역부족하되 부담이 한꺼번에 가중되는 '마법의' 액수란 지적이다.
오모씨(30)는 "2000원 인상으론 금연효과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씨는 "2000원이 크지만 2000원 올랐다고 죽는 건 아니다. 한 달에 3~4만원 더 들어갈 뿐"이라며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면 담뱃값을 올리기보다는 담배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5000원대로 오를 경우 '담배가격대별 추가 세수'와 '담배가격대별 총 세수입'이 최대로 산출됐다. 담뱃값이 5000원대 이상으로 인상될 경우 담배 소비량 감소로 세수입은 줄어든다는 얘기다. 더욱이 2008~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나타난 흡연율과 흡연량에 기초해 소득계층별 담배과세부담을 추정하면 저소득층의 흡연자 비율과 과세부담이 고소득층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담뱃값 인상에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모씨(32)는 "싱가포르에서 1만원 이상 담배도 피워봤기에 담뱃값 인상 자체는 찬성하지만 정부가 '증세'란 점을 분명히 해야 했다"며 "금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1만원 이상으로 확 올리든 더 높은 가격인상을 목표로 삼고 단계적으로 계속 올려야 하는데 갑자기 두 배로 가격을 올린 것은 이것이 '증세'란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다.
일부 흡연자들은 정부의 '꼼수' 증세에 대한 분노를 표하며 금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모씨(57)는 "내가 더러워서 금연한다. 2000원이나 올린다는 건 서민들 간을 빼먹겠다는 것이다. 아예 끊으려고 미리 사놓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김모씨(42)는 "회사 사람들 중 이참에 담배를 끊겠다는 사람들이 10명 중 2~3명 정도로 꽤 있다"며 "나도 사둔 것만 피우고 끊고 싶은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주변에 계속 피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조금 줄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