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치권 단골메뉴 된 '기업인 가석방'

김미애 기자
2015.01.16 07:01

;매년 연말연시 정치권에서 반복되는 단골 이슈인 '기업인 가석방' 논란이 또 불거졌다.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총수 몇 명이 수감 중인 상황이라서 그런지 "기업인이라고 해서 역차별 해서는 안 된다"는 일반론까지 뉴스 제목으로 뽑힐 정도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권한"이라며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여운을 남겨 놓더니,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함께 포문을 열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부정적 입장을 내놓으며 가석방 열기가 일단은 숨고르기 양상이다.

기업인의 가석방을 옹호하는 쪽은 경제논리를 앞세우고, 반대쪽은 재벌가 특혜를 비난한다. 특이한 점은 이 같은 논의가 항상 정치권에서부터 달궈진다는 부분이다.

과거 일부 정권들은 ‘기업 군기잡기’ 혹은 ‘기업인 손보기’ 용으로 사면이나 가석방 카드를 활용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치권이 섣부르게 나섰다간 특정 기업이 괜시리 역차별을 당하거나 특혜를 본다는 오해를 살 만하다.

그런데 정작 논란의 중심에 선 총수들은 가석방이 되기 위한 요건을 갖췄을까. 현행 형법상 가석방은 형이 확정되고 나서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우고 '개전의 정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되면 요건이 충족된다.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이 확정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미 2년 정도 형을 마친 상태다. 징역 3년6월이 확정된 동생 최 부회장도 형기의 3분의 1을 살았다. 2012년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으로 구속된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형기 절반을 수감 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행상 형기의 70~80%를 마친 이들을 중심으로 가석방 대상을 정해왔기 때문에 결국 법무부는 최 회장 등을 1월 말 가석방 명단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가석방 대상으로 선정된 수형자 중 형기를 60%미만으로 채운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법무부는 "원칙대로 해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법무부로서도 국민 정서를 고려할 경우 그동안 세웠던 원칙을 져버리면서까지 가석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기업인 가석방론은 설날이나 3·1절까지 계속될 듯하다. 가석방은 법에서 정해진 절차로 경제·생계사범 등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때문에 경제범죄의 위법성을 따지지 않고 풀어주는 특혜는 물론이거니와, 기업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 다만 기업인 가석방 논의가 매년 되풀이되듯 정치권에서 먼저 군불 지피듯 흘러나온다는 점은 여전히 '기업인 줄 세우기'를 연상시키는듯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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