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뉴스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청와대가 쓰레기통 하나 사는 데 90만 2000원을 줬다는 것이다. 9000원도, 9만원도 아니고 90만원이라니. 호두나무를 정성스레 깎아 만든 쓰레기통이라고 한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봤더니 가관이다. 비서실장이 쓰는 의자 하나는 무려 224만원을 주고 샀단다.
더 기가 막힌 건 장부에 이 물품들의 이름과 가격을 허위로 써놨다는 사실이다. 자기들이 봐도 좀 심하다고 판단했던지 싼값의 다른 물품을 산 것처럼 위장을 한 것이다. 그 어느 누구보다 정직하고 청렴해야 할 청와대 직원들이 이런 식으로 실정법을 어겼다니 지금도 믿겨지지 않는다. 물품목록정보법에 따르면 하나의 물품은 하나의 식별번호를 매겨야 하고 목록화되지 않은 물품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조달청장에게 목록화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해 요청해야 하는데 청와대는 그러지 않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아르바이트 종사자들이 받았던 평균 월급이 66만원이다. 청년 백수들이 갖가지 ‘갑질’수모를 당하며 한 달 동안 번 돈으로도 사지 못할 쓰레기통을 덥석 샀다. 그것도 국민 돈으로, 국민 눈을 속여 가며. 그렇지 않아도 몰카 시계와 헬스 트레이너 행정관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청와대다.
그런데 아무리 ‘장인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쓰레기통이라 해도 그렇지, 그렇게까지 탐이 났을까. 가뜩이나 ‘서민증세’로 담배 한 개비 맘대로 못 피는 요즘이다. 국민들이 언제 청와대 공무원들에게 국민 세금을 멋대로 써도 된다고 허락한 적이 있었나.
이 대목에서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 무히카를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다음달 퇴임하는 무히카는 지난 5년 임기동안 받은 월급을 아껴 우리 돈으로 6억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월급의 70%가 넘는단다. 평소 검소하기로 소문난 그의 재산 목록에는 허름한 농장과 27년 된 자동차, 트랙터 2대와 농기구 몇 대만이 올라있다. 대통령 관저는 국민에게 개방하고 대신 부인 소유의 농가에서 출퇴근했다.
물론 모두가 무히카처럼 살 수도, 살 필요도 없다. 다만 그의 정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남을 위해 쓴다는 정신만큼은 배워야 한다. 청와대는 호두나무 쓰레기통이 그토록 필요한 물건이었나.
‘쓰레기통 뉴스’는 별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지나갔다. 아침에 눈만 뜨면 벌어지는 사건, 사고에 묻힌 탓이었나 보다.
그렇다. 그 까짓 쓰레기통 따위가 대수랴. 온 나라를 들썩거렸던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을 보자. 검찰 수사에 따라 청와대 비서관 등의 개인 일탈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수첩’이 등장했다. ‘이니셜 퀴즈’를 푸는 동안 몇몇 등장인물들이 밝혀진다. 이번엔 청와대 행정관이다.
볼썽 사납다.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줘야 할 청와대가 오히려 국민들의 속만 썩이는 꼴이다. 그럼에도 이 와중에 책임지는 윗사람들은 보기 힘들다.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청와대 인적 쇄신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여당에서조차 논란이 있는 모양이다. 대통령은 회견에서 ‘소통’도 강조했다. 소통은 이 정권의 단골 메뉴다.
그렇다. 소통을 잘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세금을 허투루 쓰는 일도, 국기 문란 문건이 유출되는 일도, 국민들을 걱정하게 만드는 일도 사라진다. 그런데 소통은 그냥 ‘잘 듣는 것’이 아니다. ‘잘 듣고 새겨서 실행에 옮기는 것’, 그것이 진짜 소통이다.
국민 건강 생각한다고 담뱃값을 올렸다. 주변에 금연 하느라 별의별 방법을 동원하며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넘친다. 이제 담배 피울 일만 만들지 않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