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사라진 '혼빙간'과 '간통죄'…어떤 차이?

황재하 기자
2015.02.27 06:15

'남녀평등처벌' 간통죄와 달리 혼빙간은 남성만 처벌…"성 이데올로기 강요"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폐지하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앞서 5년 전 위헌 결정된 혼인빙자간음죄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두 법조항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규제하는 법안인 만큼 같은 범주에서 여러 차례 논의된 바 있다.

헌재는 2008년까지 총 4차례 간통죄가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도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서는 이듬해 11월 전체 9명 중 6명이 위헌 의견을 냈다. 간통죄보다 혼인빙자간음죄가 5년3개월 먼저 폐지된 것이다.

두 법안의 공통점은 성적인 자기결정권을 규제하고 개인의 내밀한 성적 사생활에 개입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폐지되는 추세라는 점도 서로 비슷하다. 실제 헌재가 혼인빙자간음죄를 위헌으로 판단한 근거 중 적지 않은 부분이 간통죄에도 적용된다.

헌재는 당시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성인이 어떤 종류의 성행위와 사랑을 하건 그것은 원칙적으로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 "사생활에 대한 비범죄화 경향이 현대 형법의 추세다"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에도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간통죄를 위헌으로 결정한 이번 사건에서 "성과 사랑은 형벌로 통제할 사항이 아닌 개인에 맡겨야 하는 문제" "전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과 비슷하다.

이같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간통죄보다 먼저 위헌 결정을 받은 이유는 혼인빙자간음죄가 성적 불평등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간통죄가 남녀평등처벌주의에 기초한 것과 달리 혼인빙자간음죄는 남성만 처벌 대상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혼인을 빙자해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해 간음한 자'를 처벌 대상으로 명시한 것이다.

이같은 불평등은 위헌 결정을 받는 데 중요한 이유가 됐다.

헌재는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며 "여성이 혼전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성과 성관계를 가질 것인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한 뒤 자신의 결정이 착오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며 남성을 처벌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여성 스스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혼인빙자간음죄가 다수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여성들을 '음행의 상습 있는 부녀'로 낙인찍어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고, 보호대상을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로 한정함으로써 남성우월적 정조관념에 기초한 가부장적·도덕주의적 성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셈"이라며 "남녀 평등의 사회를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국가의 헌법적 의무에 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간통죄는 이날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이 위헌 의견을 내며 위헌 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4차례 합헌 결정을 받으며 존속됐던 간통죄는 62년 만에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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