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대원들 "몸 힘든 것보다 '감염자'로 보는 시선이 더…"

이재윤 기자, 윤준호 기자
2015.06.15 05:23

"일 평균 5명 의심환자 접촉" 119대원들, 업무과중에 확산주범 시선까지 '이중고'

119구급대원이 메르스 예방을 위한 방역복을 착용하고 구급활동을 벌이고 있다. / 사진 = 뉴스1

"매뉴얼에 따라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지만 메르스 의심 환자 출동에 나설 때마다 무서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몸이 힘든 것보다 구급대원을 감염자로 보는 편견의 시선에 맥이 빠진다."(서울시내 한 119안전센터 메르스 전담 구급대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전국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일선에서 근무하는 119구조대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환자들과 직접 접촉하는 만큼 위생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지만 감염자로 보는 편견이 더 두렵다고 호소한다.

치사율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메르스는 구급대원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첫 확진자가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사망자는 15명으로 확진자 145명 중 치사율은 10%에 육박한다. 격리자는 4856명에 달한다.

실제 메르스 확진자인 76번 환자(75)를 5일과 6일 이송한 사설 구급차의 구급대원(37·남)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145번)는 응급구조사 자격을 가진 사설 구급차 동승 요원이다.

76번 확진자를 이송한 사설 구급차 운전자(133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동승자까지도 감염된 것이다. 소방당국의 119구급대원이 메르스에 감염된 사례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서울 마포소방서 구급대원 구모씨는 "소방관도 사람인데 당연히 감염이 될까봐 두려운 게 사실"이라며 "특히 가족들까지 감염될 수 있을까봐 더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같은 소방서 대원 이모씨도 "하루 4~5명의 메르스 의심 환자와 접촉한다"며 "아무리 감염대책이 철저히 세워져도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소방당국의 부담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최일선에서 감염 환자들을 후송하는 대원들은 섭씨 30도를 넘는 여름 더위에 방역장비까지 착용해야하는 등 평소보다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메르스 의심환자 전담 구급대원을 정해 운영 중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8개 본부(서울·인천·경기·부산·대전·전북·제주·창원)에 전담 구급차 114대와 1대당 6~9명의(3명씩 2~3교대) 대원이 배치돼 있다.

이들은 출동 시 상·하 일체형 보호복과 고글, 마스크 등으로 구성된 보호 장비를 착용하도록 했다. 출동 후 돌아온 대원의 장비는 전량 폐기한다. 출동 때마다 구급차와 장비 소독도 실시한다.

이는 혹시 있을 수 있는 구급대원을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서울시내 한 구급대원은 "구급대원이 감염되면 한 사람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며 "구급활동 중 만나는 환자들은 면역력이 약해 메르스에 쉽게 감염 될 수 있는 만큼 두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메르스와 관련된 공문과 지침이 쏟아지면서 서류작업이나 숙지해야 할 수칙이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한 구급대원은 "하루에도 수십건의 공문과 지침이 하달되는데 구조작업 말고도 평소업무가 두배로 늘었다"며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고 말했다.

구급대원들은 이 같은 감염위험과 육체적인 피로보다 정신적인 고통도 심각하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급대원들을 감염자로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고 호소했다. 특히 메르스 전담 구급대원들을 확산 주범으로 내몰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소방대원은 "소독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병원, 환자 모두 구급대원들을 믿지 않는다"며 "환자들은 구급대원이 다가가길 꺼려한다. 병원에선 응급실에 한 번 들어가려면 채혈과 체온 등의 검사를 거치도록 해 이송시간이 두 배로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급대원은 "몸이 힘든 것보다 구급대원들에게 보내는 편견의 시선이 가장 힘들다"며 "소방관이라고 밝히면 마치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인 것처럼 접촉하길 기피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최근엔 우리에게 보내던 편견이 구급대원 가족들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메르스 때문에 정신적으로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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