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 강한 사행성 게임물 '바다이야기'를 운영하는 불법 게임장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적발됐다. 이 게임장은 경찰서 인근 건물에서 운영하며 '등잔 밑이 어둡기'를 노렸지만 경찰의 시야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하면서 게임포인트를 불법 환전한 혐의(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 위반 등)로 사업장 업주 박모씨(37)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서울 중구 인현동에 위치한 건물 3층에서 바다이야기·황금성 등 사행성 게임물이 설치된 42대의 불법 게임기기를 운영하면서 손님들을 모집해 게임포인트 환전 대가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게임포인트를 환전해줄 때 손님들로부터 10%의 수수료를 떼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렸다.
경찰은 지난 30일 현장을 급습해 컴퓨터 본체 42대, 모니터 42대, 게임포인트 리더기 46대 등을 압수했다. 당시 현장에는 박씨 외에도 다수의 종업원들과 게임장 이용객 10여명이 있었지만, 경찰이 3중으로 잠긴 문을 여는 사이 모두 뒷문으로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불과 320여m 떨어진 건물을 게임장으로 선정, 대낮에도 버젓이 영업을 해 왔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물론 상인들조차 이 곳이 불법 게임장인지 모를 정도로 은밀하게 운영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혹시 모를 경찰 단속도 치밀하게 준비했다. 우선 박씨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휴대폰으로 비밀리에 손님을 모집했고, 건물 외벽에 CCTV(폐쇄회로TV)를 달아 외부를 감시했다. 불법 사행성 게임장들이 경찰 단속을 대비해 흔히 문 앞에 세워두는 일명 '문빵' 아르바이트조차 두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단속 과정에선 확인되지 않았지만 문빵이 도주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씨는 A4용지에 미리 '단속 대비용 문답'을 작성해 놓고 종업원들에게 교육하기도 했다. 경찰이 단속 과정에서 발견한 이 종이에는 '부인하라', '진술을 번복하지 마라', '게임기기 판매업자에 대한 질문은 대답도 하지 마라' 등의 대응 지침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체포된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또 건물 임대차계약서를 조사해 박씨에게 건물을 임대해준 건물주와의 공모 관계, 언제부터 게임장을 운영해 왔는지 등을 추적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단속 5일 전인 지난달 25일 게임장을 차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고, '내가 진짜 게임장 영업주'라고도 진술했지만 동종 전과가 전혀 없는 것 등에 비춰볼 때 이른바 '바지사장'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추가 수사를 통해 여죄를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