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 회사 에픽, 인턴 인터뷰가 IQ테스트?

이학렬 기자
2015.10.28 16:40

[美유학생의 글로벌 기업 인턴면접후기]신규 프로그래밍 언어 교육후 시험…정규직 전환때 비자 스폰서

[편집자주] 대표적인 ‘미생’인 인턴. 하지만 인턴은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경험하고 정규직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에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글로벌 기업 인턴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미국 유명 사립대인 노스웨스턴대 컴퓨터공학과 학/석사 통합과정 3학년 재학중인 유학생 황성윤씨(20)의 인턴십 면접 후기를 옮겨왔다. 황씨는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교육 스타트업 Shmoop에서 파트타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인턴으로 2년째 일하고 있다. 황씨의 면접후기는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며 모든 지원자들이 같은 과정을 겪는 것은 아니다. 또 미국내 인턴 지원 과정과 한국내 지사의 인턴 지원 과정이 다를 수 있다.
에픽 시스템즈 / 사진제공=글래스도어

이번에 쓸 글은 구글보다 훨씬 더 덜 알려졌지만 구글보다 훨씬 더 좋은 캠퍼스를 가지고 있는 에픽시스템스입니다. 제가 면접후기를 올리면서 가장 알리고 싶었던 회사들 중 하나가 에픽입니다. 덜 알려졌지만 꽤 괜찮은 연봉과 복지를 제공합니다.

에픽은 1979년에 설립된 의료 정보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위스콘신 주에 있는 매디슨에 위치해있습니다.

EMR은 Electronic Medical Records의 약자, 즉 의료 관련 정보를 보관하는 일종의 데이터베이스입니다. 미국에서는 법으로 의무화돼 모든 병원이 EMR을 갖춰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랬동안 존재해 온 기업인 에픽이 요즘 굉장히 빨리 성장하고 있습니다.

에픽은 다른 유명 IT회사들과는 달리 위스콘신 같은 시골에 있어 땅값이 훨씬 싸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규모의 캠퍼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가본 IT 회사들 중 압도적으로 크고 아름다운 캠퍼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에픽은 인터뷰 방식이 상당히 특이합니다. 저는 2학년 겨울학기, 2014년 12월쯤 구글에서 떨어지고 나서 에픽에 지원했습니다. 학교 캠퍼스 이벤트에 왔는데 부스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사이에 있어서 리크루터가 굉장히 외로워 보이길래 가서 말을 걸고 얘기했더니 일주일 후 면접을 보라고 이메일이 날아왔습니다.

에픽의 첫 번째 인터뷰는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2시간이나 되는 온라인 테스트였는데 Skype 비슷한 영상통화를 하나 켜놓고 어느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가 절 시험보는 내내 관찰했습니다. 아무래도 cheating(부정행위)을 방지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

시험은 다른 회사들과 많이 달랐습니다. 구글 면접을 준비 하나도 안하고 봐서 떨어지고 난 후 저는 '이렇게 살면 안되는구나'하고 열심히 알고리즘, 자료구조를 다시 공부하고, scalability(확장성)나 디자인패턴 등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갔는데 이상한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마치 아이큐테스트처럼.

아직도 기억나는 문제는 'An apple costs $2. An orange costs $3. How much does a pear cost?'

그리고 또 인상깊었던 문제는 이상한 듣도 보도 못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바로 그 자리에서 배우게 하고 그 언어로 코딩문제를 푸는 거였습니다. 난감했지만 최선을 다해 풀었습니다.

3일 정도 지나니 합격을 줬습니다. 그리고 매디슨에 있는 캠퍼스로 on-site(현지) 인터뷰를 받았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처음 on-site 인터뷰라 상당히 기대를 했습니다. 제가 사는 시카고에서 버스를 타고 3시간 정도 달리니 매디슨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니 5성급 호텔에 독방을 내줬습니다. 돈이 넘치나 봅니다.

그리고 그날 에픽에서 직원이 나와서 저녁을 사주면서 에픽에 관해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겨울에 춥다는 것 빼곤 싫은 점이 없어 보였습니다. 삶에 엄청 만족하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아침에 에픽에 도착하니 으리으리한 건물들이 저를 맞이했습니다. 에픽의 모든 사무실들은 일종의 Theme(테마) 같은걸 가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Dungeon and Dragons, Winter Wonderland 등등 동화 속에 나올 법 한 사무실들이었습니다. 에픽의 좋은 점 하나! 인턴들조차 모두 개인 사무실을 받게 됩니다.

on-site 인터뷰는 다 behavioral(행동에 대한) 인터뷰였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얘기하고 에픽에 왜 오고 싶은지, Healthcare industry(헬스케어산업)에 대해서 뭘 아는지 등의 질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나고 오퍼를 받았습니다.

인턴십 오퍼는 어떨까요?

NDA(비밀유지서약서)를 사인했기에 정확한 액수를 공개를 할 순 없지만 월 5000달러 이상이었습니다. 집? 줍니다. relocation(재배치) 보너스, 그리고 signing(계약) 보너스까지 합해서 여름방학 12주동안 대략 2만달러 정도 되는 오퍼였습니다.

에픽이 우리같은 유학생들에게 또 좋은 점은 바로 풀타임(정규직) 전환시 영주권, H1B스폰서를 서준다는 겁니다. 에픽에는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인도계, 중국계 엔지니어들이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고, 매해 수백명의 직원에 대해 비자 스폰서를 서줍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에픽이 저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려오는 이유는 미국 사람들이 안가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시골에 있어서 그런 점도 있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tech debt, 즉 레거시 코드의 양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1979년도 설립된 후 .NET쪽으로만 집중해 오다 보니 Visual Basic 6로 도배돼있습니다. C#으로 마이그레이션하는 중이지만 엄청난 양의 코드베이스 때문에 실질적으로 다른 회사에서도 쓸 수 있는 기술을 배우지 못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뒤쳐지게 됩니다. 그래서 에픽에서 평생 몸담을 게 아니면 여기서 오래 머무는 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써 자살이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턴십만 노리고 가면 꽤 많은 연봉, 복지와 혜택을 받게 됩니다.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회사인 것 같습니다. 인턴들은 저 낡아빠진 코드가 아닌 상대적으로 최신의 iOS, 안드로이드 프로젝트나 C# 백엔드 코드를 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퍼를 거절했지만 같이 일했었던 친구 중 하나가 에픽에 가서 인턴을 했는데 꽤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제 학교 선배 중 하나가 여기 풀타임으로 일하는데 처음 들어갈 때 연봉 10만달러 넘게 받습니다. 시골이라 생활비도 엄청 싼걸 감안하면 확실히 돈은 많이 벌 수 있는 회사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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