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기존에 추진하던 상고법원안을 수정하기로 했다. 상고법원에 대한 반대 의견을 고려해 원안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상고법원 도입 추진으로 대법원은 안팎으로 많은 비판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논란이 됐던 것은 대법원의 홍보방식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필두로 법원 조직 전부가 상고법원 입법화를 위한 홍보에 투입됐고 이는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선 판사들 중에는 이런 법원의 홍보를 '부끄럽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상고법원에 매달리는 사법부의 재판을 보는 시선도 곱지 않았다. 자연스레 재판에 대한 신뢰도 하락했다. 대법원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선고될 때마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정부의 눈치를 보는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재판이다. 대법원은 지난 7월 원 전 원장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의 2심 판결을 파기했다. 당시 대법원은 유무죄 판단은 따로 하지 않고 일부 증거를 문제삼아 재판 전부를 파기했는데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상고법원때문에 대법원이 정치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대법원이 상고법원에 목을 매 뒷말이 나오도록 자초한 셈이다.
대법원이 1년에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수가 많다는 것은 어느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대법관 1인이 한해 평균 3500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으며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문제는 대법원의 소통 방식이다. 대법원은 해결책이 상고법원밖에 없는 것처럼 일을 밀어붙여 스스로 비판을 자초하고 신뢰를 까먹었다. 애당초 이 문제를 제대로 풀려 했다면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모아 보는 것이 순서였다.
대법원은 상고법원 추진 대신 상고 특별재판부를 대법원에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대법원이 상고법원에 대한 비판을 어느 정도 수용한 모양새다. 원안에 포함된 특별상고제도 폐지도 검토하고 있다. 특별상고는 상고법원 판결이 문제가 있을 경우 대법원에 재심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사실상 '4심제'에 해당한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대법원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은 여전하지만 이제라도 소통에 나선 것이 다행이라는 평가도 있다. 대법원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재판의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