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해제조항' 담긴 계약서…정말 자동으로 해제되나요?

이건욱 변호사(법무법인 대지)
2016.03.06 09:03

[the L] 인정되는 경우 가려내기 쉽지 않아…이행의 제공 해야한다 생각해야 뒤탈 없어

계약 해제는 원래의 약속했던 기간이 지나도 상대가 이행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먼저 본인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이행을 최고(이행을 하라고 촉구하는 것)해야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행 준비와 최고를 합쳐 '이행의 제공'이라 한다고 지난 칼럼을 통해 소개했다.

이번에는 이행의 제공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자동해제조항에 대해 알아보자. 자동해제조항이란 상대방이 약속된 시간에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계약이 해제된다는 내용이 담긴 조항이다. 이를 계약서에 규정한 경우 다른 이행의 제공 없이도 계약이 자동으로 해제될수 있을지가 문제다.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이 잔금지급기일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그 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된다는 취지의 약정이 있더라도 매도인이 이행의 제공을 하여 매수인을 이행지체에 빠뜨리지 않는 한 그 약정 기일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는 매매계약이 자동해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다1456 판결)

이 판례에 따르면 계약서에 자동해제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이행의 제공 없이는 계약이 해제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자동해제조항은 전혀 쓸모가 없는 규정일까. 그렇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동해제조항에 따라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은 "'매수인이 여러 번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잔금지급기일의 연기를 요청하면서 새로운 약정기일까지는 반드시 계약을 이행할 것을 약속하고 불이행시에는 매매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되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취지의 약정을 한 경우 자동해제조항에 따라 계약이 자동해제된다"고 봤다.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2다71930 판결) 자동해제조항에 따라 계약 해제가 인정된 사례다.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 입장에서 실제 사건을 통해 계약서의 자동해제조항이 인정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별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구별해 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으면 계속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앞서 예로 들었던 판례에서도 대법원과 고등법원 간에 결론이 달랐던 경우가 있다. 이는 계약 해제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잘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앞으로는 계약을 해제하려면 어떠한 경우에도 이행의 제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약 해제 업무를 진행하도록 하자. 그래야 비교적 뒤탈이 없을 것이다.

이건욱 변호사는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무법인 대지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부동산, 건축 분야와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저서 집필에도 힘쓰고 있는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부동산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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