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겨우 취업에 성공했다. 그러나 3개월간 수습으로 100만원의 월급을 받고 일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첫 월급날 회사 사장은 A씨를 조용히 부르더니 월급이 든 봉투를 건네며 저녁을 사주겠다고 말했다. A씨는 별 일 있겠냐 싶어 그대로 단 둘이 저녁 자리에 갔다.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밥과 함께 술을 마신 사장은 취했단 핑계로 A씨의 손을 잡고 손바닥을 문지르며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쾌감에 손을 빼 자리에서 일어선 A씨를 따라 나선 사장은 길가의 숙박업소를 가리키며 "쉬었다 가겠느냐"고 청하기도 했다.
A씨는 집에 오는 택시에서 바로 사장과 회사 동료들의 연락처를 차단하고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은 채 다른 직원에게 퇴사하겠단 사실만을 알렸다. 얘기를 해봤자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 강제추행 피해자인 A씨는 다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1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발생한 강제추행 범죄 건수는 2013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2014년에 다소 줄었다. 전체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 중 구성비는 2012년 46.9%로 가장 높았다. 2014년에는 전체 성폭력 범죄 발생 29863건 가운데 강제추행이 12849건(42.2%)에 달했다.
이렇게 자주 발생하는 강제추행죄. 그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
강제추행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신체 접촉을 하면 인정
여성을 뒤에서 껴안고 춤을 추면서 가슴을 만져 문제가 됐던 사건이 대표적인 강제추행죄 사례다. 이 사건은 가해자가 자신의 아내가 경영하는 식당의 지하실에서 종업원인 피해자와 함께 있다가 벌어졌다.
대법원 재판부는 가해자가 피해자 B씨의 가슴을 뒤에서 순간적으로 껴안은 행위에 대해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행위가 순간적인 행위이더라도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2001도2417 판결)
재판부는 또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해 반항을 곤란하게 한 뒤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며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사람의 신체에 물리적 힘을 행사)이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덧붙였다.
강제추행죄는 때리는 행위와 같은 폭행이나 ‘가만히 있지 않으면 때리겠다’와 같은 협박이 없더라도 단순히 가해자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신체 부위을 만지는 순간 성립한다는 얘기다. 일부 신체 접촉 없이도 강제추행을 인정한 판례가 있으나 예외적이다. 판례가 폭행, 협박의 범위를 넓게 인정해 강제추행죄가 인정되는 범위를 넓혔다.
직장 상사가 등 뒤에서 어깨를 주무른 사건에서 재판부는 어깨를 만졌다고 하더라도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며 가해자에게 유죄를 인정했다.(2004도52 판결) 피해자의 신체 부위 중 어디를 만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해 가해자가 만진 부위가 꼭 가슴 등 민감한 부위가 아니더라도 강제추행죄가 인정될 수 있도록 했다.
A씨 사례에서 사장이 손을 잡은 부분은 강제추행에 해당한다. 특히 가해자가 A씨의 직장 상사였기 때문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죄'에 해당될 수 있다. 이 범죄는 직장상사나 업무 거래상 상하 관계 등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 지위를 이용해 강제추행을 하는 경우 적용된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증거 유무가 재판의 관건
A씨가 실제로 강제추행의 가해자를 법정에 세워 유죄를 받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증거 유무가 중요하다. 김민하 변호사(법무법인 율정)은 "가해자의 인상착의·일시·장소에 대한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신속하게 사건 발생·장소 일시를 특정해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야 증거 확보가 쉽단 얘기다.
그러나 강제추행의 특성상 증거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강제추행죄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다. 가해자가 진술이 다르면 신빙성이 누가 더 있는지만 따지지만, 피해자가 거짓말을 할 것이라는 합당한 이유가 없으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도 피해자의 진술을 믿는 경우가 많다. 하희봉 변호사(은율종합법률사무소)는 "강제추행죄는 강간죄처럼 증거가 비교적 명확하게 남는 죄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증거 싸움"이라며 "피해자의 증언이 일관성이 있어 믿을 수 있다고 인정되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검사 출신인 서원일 변호사(법무법인 전문)는 "가장 좋지 않은 것은 혼자 고민하는 것"이라며 "경찰에 신고하는 게 힘들거나 여의치 않으면 친구나 가족한테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상담하고 나중에 상담해 준 사람이 재판에서 증언을 하거나 상담했다는 관련 증거를 법정에 제출하면 유리하게 재판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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