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파일'을 관리하자

조우성 변호사(머스트노우)
2016.03.18 08:51

[the L][조우성의 로세이]

바둑에서 미생(未生)은 집이나 대마 등이 살아있지 않은 상태 혹은 그 돌을 이르는 말이다. 미생은 완전히 죽은 돌을 의미하는 사석(死石)과는 달리 완생(完生)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건으로 수임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사건 자체가 충분히 성숙해서 바로 사건화될 수 있어야 하고, 의뢰인이 변호사를 신뢰해서 사건을 맡기기로 결정해야 하며, 금전적인 청구의 경우 소송 상대방이 충분히 금전적인 능력이 있어 분쟁을 하더라도 그 실익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상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는, 상담만 이뤄지고 사건으로 수임은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다들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아무런 팔로업을 하지 않으면 그냥 상담시간만 소비한 것이 되는데 그러면 너무 아쉽지 않은가.

'분쟁거리가 있어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오거나 전화로 상담을 한 사람'은 '의뢰인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당장은 사건화되지 않았지만(미생) 의뢰인이지만 언젠가는 사건화(완생)될 수 있는 의뢰인이다.

필자는 정기적으로 이런 류의 사건들을 정리하고 팔로업한다. 상담을 진행하고 아직 성숙되지 않은 사건들은 별도의 파일, 이른바 '미생 파일'을 만들어 두고 A, B C로 분류한다.

A유형 사건 의뢰인에게는 너무 빠른 피드백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간을 두고 사건 관련 참고자료(판례, 기사 등) 등을 부정기적으로 메일링하면 의뢰인이 이를 인지하고 있다 사건이 성숙화된 경우 연락하는 예가 많았다.

B유형의 경우는 어차피 상황이 좀 더 진전돼야 할 것이므로, 비정기적으로 유선이나 이메일링을 통해 사건의 진행 상황을 문의하면서 관계를 지속해간다.

C유형은 '당해 사건'을 수임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정기적으로 관심을 보여주면 그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신뢰감을 갖고 다른 사건을 맡기든가 소개를 해주기도 한다.

5건 상담하고 그 5건이 모두 수임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옷 한 벌 사는 문제도 아니고, 변호사 선임은 의뢰인으로서도 심각하게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과연 내 주위에 미생 사건이 몇 건이나 있는지, 그리고 그들을 그냥 의미 없이 흘려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체크해 보자. 그 속에는 엄청난 대마(大馬)로 완생할 미생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뚜벅이 변호사'·'로케터'로 유명한 조우성 변호사는 머스트노우 대표로 법무법인 태평양을 거쳐 현재는 기업분쟁연구소(CDRI)를 운영 중이다. 베스트셀러인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사람이 있다면'의 저자이자 기업 리스크 매니지먼트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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