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정치권 뒤집은 '성완종 리스트'

진경진 기자
2016.04.09 05:55

[역사 속 오늘]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자원외교 비리 억울함 호소하고 죽음 선택…동생은 새누리당 공천

지난해 4월9일 오전 5시 33분쯤 서울 종로구 평창동 북악매표소 앞을 지나가고 있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마지막 모습이 찍힌 CCTV 화면./사진=뉴스1

"사람을 매도해 가지고 하루아침에 잡범으로 만드는 그게 말이 됩니까. 그냥 그게 제일 가슴이 아파요. 그래서 내가 희생이 되고 죽는 한이 있어도 내 목숨으로 내가 대처를 하려고요. 그렇지 않으면 자기의 진실과 진실의 고백이 남들에게 인정이 안 되지 않습니까." "마음 강하게 잡으셔야 됩니다."(고 성완종 회장 마지막 통화 녹취록 중)

지난해 4월9일 새벽 6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한 일간지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50여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성 전 회장은 해외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세상에 알려달라. 꼭 보도해달라." 그는 몇 차례나 이같이 당부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던 그는 이후 행방을 감췄고 같은 날 오후 3시32분 북한산 형제봉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성 전 회장의 상의 주머니에선 여권 정치인 명단과 돈의 액수 등이 적힌 메모지가 발견됐다. 메모에는 '허태열(전 청와대 비서실장) 7억, 홍문종(전 새누리당 사무총장) 2억, 유정복(인천시장) 3억, (서병수)부산시장 2억, 김기춘(전 청와대 비서실장) 10만불 2006년9월26일 독일 베를린에 이병기(청와대 비서실장), 이완구(전 국무총리)'라고만 적혀있었다. 공개된 녹취록에서도 언급됐던 인물들이다.

당시 경남기업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 시절 해외 자원외교 비리 의혹 관련 첫번째 수사 대상에 올라 조사를 받고 있었다. 검찰은 경남기업의 핵심 관계자들은 물론 성 전 회장의 부인까지 소환 조사했다. 성 전 회장도 18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성 전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 전 회장은 숨지기 하루 전날(8일)까지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관련 융자금 횡령 사실이 없다"고 호소했다.

검찰에 탄로난 경남기업의 불분명한 비자금 용처는 성 전 회장 사후 '정치권에 유입돼 선거자금으로 쓰였다'는 추가 녹취록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대검찰청은 성완종 리스트 수사 관련 긴급회의를 소집해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결국 같은 달 27일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이완구 당시 총리는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직을 사임했다.

이후 검찰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했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만나 쇼핑백에 든 1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고 올 1월 유죄가 인정되면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월 법원에 항소를 제기했지만 수 년전 앓았던 혈액암이 재발하면서 재판이 오는 19일로 연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리스트 속 나머지 정치인 6명에 대해서도 재수사를 촉구하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성 전 회장이 숨진 후 1년. 충남 서산·태안에선 오는 13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성 전 회장의 동생 성일종 후보가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지역은 성 전 회장이 19대 총선에서 당선돼 현역 의원을 지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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