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오늘…'유전특례 무전입대' 병역특례 민낯 드러나다

박성대 기자
2016.04.25 05:45

[역사 속 오늘] 검찰, 병역특례비리 수사 돌입…싸이 등 연예인·고위층 자제 등 127명 적발

2007년 6월 4일 병역특례비리 의혹을 받던 가수 싸이가 서울 광진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근무태만 여부 등의 조사를 마친 뒤 지검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병역의무자 가운데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연구기관이나 산업체에서 대체복무하게 하는 '병역특례제도'가 부유층 자제들의 병역회피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강남 부유층 자녀가 군대 제대로 가면 바보',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 자녀는 대학을 다니다 특정 IT업체 2곳 중 1곳에서 산업기능요원 복무하는 게 공식'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산업체가 원할 경우 전공과 무관하게 산업기능요원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것. 브로커에 돈을 주면 병역을 피해 산업체나 연구기관에 위장취업이 가능한 구조에 '유전특례 무전입대'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업계에선 현역판정을 받을 시 5000만~1억원, 보충역은 2000만~3000만원 등의 가격이 매겨져 있을 정도로 산업체 부정 편입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실체가 드러난 적은 없었다.

이에 9년 전 오늘(2007년 4월25일) 검찰은 병역특례자 채용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거나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등의 정황이 포착된 병역특례업체 67곳을 대상으로 수사를 시작한다.

수사 과정에서 업체 6곳에서 혐의가 드러나 업주의 친인척이나 유학 준비생, 연예인, 운동 선수, 고위층 자제 등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졌다. 특례비리 유형은 다양했다.

특례자에게 출근하지 않도록 하는 편의제공을 통해 업체 대표 등은 수천만원을 챙겼고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업체에 서류상으로만 위장 편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대학 연구소는 교수와 학생이 공모해 특례업체에 편입만 하고 연구 활동을 계속하기도 했고 특례업체끼리 특례자 정원(TO)을 사고 파는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한 것이 밝혀졌다.

결국 검찰은 같은 해 6월 전국 병역특례업체 1800여곳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수사결과는 소문보다 더 심각했다. 전직 차관급 아들과 연예인, 운동선수, 유학생 등 127명이 병역특례 업체에 부실 복무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산업체 관계자와 해당 특례요원 부모 등 77명의 관련자도 입건(이 중 22명 구속)됐다.

당시 유명가수 싸이를 비롯해 강현수, 천명훈, 이재진 등 유명연예인들이 검찰의 수사에 따라 행정처분이 내려졌고 병무청은 이들에게 재입대를 명령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사건의 초점이 유명 연예인들에게 쏠리면서 정작 밝혔어야 할 고위층 자제의 비리 의혹은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특히 산업체 관계자들이 특례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사실은 다수 적발했지만 전·현직 고위공직자의 금품수수 등 대가성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사 초기부터 관심을 끈 병역특례 비리 브로커의 존재는 밝히지도 못했다.

사건 이후 산업기능요원 관리 규정이 이전보단 강화되긴 했지만 지난해 한솔그룹 창업주 3세의 병역특례비리, 올해 한국게임과학고 비리 등 관련 사건은 해마다 이어지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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