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향' 기적 뒤 도시철도 여성과장 눈물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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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8 07:05

[인터뷰]'귀향' 시나리오 각색 조정아 작가
교도관 경험 바탕 책 '범죄의 탄생'도 펴내
이윤택 연출 뮤지컬 '화성을 꿈꾸다'로 데뷔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영화 '귀향', 신간 '범죄의 탄생'의 조정아 작가 2016.5.4© News1

“이제 왔나.” “왔다.”

맨손으로 350만명의 관객을 모은 기적의 영화 ‘귀향’의 라스트신은 뜻밖에 담담했다.

수십년의 세월을 돌고돌아 나비가 돼 날아온 딸에게 엄마는 긴 말이 없다. 눈물을 삼키며 꼭 안아줄 뿐이다. 엄마가 차려준 밥상 앞에서 비로소 회복된 일상. 절제된 경상도 사투리에 모녀의, 여성들만의 애틋함이 묻어난다.

‘귀향’은 역사영화이면서 여성영화다. 제국주의 시대의 모순을 가장 약한 고리로서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식민지여성 정민과 영희, 어머니의 존재는 또 다른 가부장적 애국주의의 유혹을 뿌리친다.

이 라스트신을 비롯해 ‘귀향’에 여성성을 입히는 일은 시나리오를 각색한 조정아 작가의 몫이었다. 사춘기 아들과 한창 손이 많이 가는 딸의 엄마이자 연로한 부모를 모시는 딸이다. 남성적 직장(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17년째 근무 중인 흔치않은 여성 과장이기도 하다. 스스로 이 시대를 온전히 지탱하는 여성이다.

“주인공 정민이는 초경도 치르지않은 열네살 소녀였어요. 위안부 할머니들도 결국 여성이시잖아요. ‘귀향’ 시나리오 초고는 남성 분이 쓰셨죠. 남성은 모를 수밖에 없는 게 있었어요.”

조 작가는 ‘귀향’을 “눈물 없이 말할 수 없는 영화”라고 했다. 쓰면서 울고 기다리면서도 울었다. 개봉일이 잡힌 후에도 스태프들과 눈물을 안주삼아 술잔을 넘겼다. “며칠이나 (극장에) 걸려있을 수 있을까”라는 암담함이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영화계를 지배하는 대자본의 횡포가 가르쳐준 냉혹한 현실이었다. 그런데도 진실을 이해해준 대중의 힘에 마지막으로 울었다.

이런 험난한 길에 끌어들인 건 조정래 감독이다. 친오빠이자 대학 동창이기도 한 조 감독은 “언젠가는 꼭 나랑 같이 영화를 하자”는 말을 주문처럼 외웠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또 다른 드라마의 보조작가로 일했고 스스로도 위안부 작품을 쓰기 위해 꾸준히 취재를 해온 것도 ‘귀향’과의 만남을 준비한 기간이 됐다.

그는 갑자기 등장한 작가는 아니다. 이윤택 연출가의 대형 역사뮤지컬 ‘화성을 꿈꾸다’로 데뷔한지 10년이다. 최근에는 경찰서장 출신 박상융 변호사와 ‘범죄의 탄생’이라는 책도 썼다. 희대의 범죄사건들을 탄생시키는 것은 무엇인지 법조인과 작가의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냈다. 왕과 평민의 파격적 사랑(화성을 꿈꾸다), 가장 비극적인 현대사(귀향), 범죄 속에 은폐된 사회의 민낯(범죄의 탄생). 관통하는 주제가 모두 묵직하다.

그 감성의 근원에 조 작가의 고향 경상북도 청송이 있다. 주왕산과 꿀사과,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호명되는 그곳에는 지금은 경북 북부1교도소라고 불리는 청송교도소도 있다.

아빠가 교도관이던 친구의 사택 너머, 교도소 담장은 잭의 콩나무처럼 솟아올라있었다. '저 너머에는 어떤 세계가 있을까,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막연한 두려움과 호기심이 유년의 기억으로 남은 작가지망생은 뜻하지 않게 교도관으로 사회 첫 발을 내딛었다, 재소자와 교도관이 싫든좋든 감정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마주치는 발가벗은 군상들. 15개월의 짧은 교정직 공무원 생활이었지만 흔하지 않은 자산을 안은 채 그 역시 ‘출소’했다.

하지만 이제는 드라마의 원작이 될 만한 달달한 로맨스소설도 쓰고 싶단다. 아들딸 또래가 읽을 만한 역사교육서도 한 권 준비 중이다. 영화에도 욕심이 많지만 그의 귀소본능을 자극하는 건 역시 연극무대다. 무엇보다 재미와 깊이를 갖춘 작품이 그의 지향이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해서인지 철학이 담겨있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사변적이지 않고 재미있게 철학하는 작품을 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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