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에 가업 물려주고 싶은데 방법 없나요"

박보희 기자
2016.05.14 14:09

[the L]법무법인 바른 상속신탁연구회 문기주 변호사 "유류분 특례도입 필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은퇴 준비를 하며 고민에 빠졌다. 그는 그간 회사 일을 배워온 장남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자신이 없더라도 회사가 운영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모두 상속해 주더라도 장남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A씨가 고민을 하는 이유는 '유류분' 제도 때문이다. A씨는 기업 지분의 75%를 가지고 있다. 이 전부를 장남에게 주더라도 법정 상속분의 절반을 보장받는 유류분을 아내와 장남 이외 세 자녀들에게 나눠주면 장남은 44.32%의 지분만을 받을 수 있다. A씨는 장남에게 가업을 무사히 물려줄 수 있을까.

법무법인 바른의 문기주 변호사는 지난 12일 '바른 상속신탁연구회'가 개최한 상속신탁세미나에서 이같은 사례를 "유류분 제도의 부작용"이라고 지적하며 "가업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유류분에 관한 특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변호사는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87.7%, 전체 산업체수의 99.9%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경영자의 고령화가 두르러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투자위축, 신기술 개발의 부진, 기업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정부는 가업승계를 위해 세제상의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유류분 제도의 개선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업승계는 '기업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소유권이나 경영권을 후계자에게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동일성이라는 의미에는 경영자의 창업정신, 경영 노하우 등 무형자산까지 포함된다.

문 변호사는 "한 명의 후계자에게 자사의 주식을 집중시켜 가업을 승계하려 해도, 후계자 외의 상속자가 유류분 침해분에 해당하는 주식의 반환을 청구하면 후계자의 자사주식이 분산돼 가업이 제대로 승계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이는 투자위축, 신기술 개발의 부진, 기업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적으로 누구든 원하는 이에게 자신의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 하지만 자녀나 배우자에게 아무런 재산도 주지 않았을 때 이들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법은 재산의 일부는 무조건 이들에게 물려주도록 정해놨다. 이를 유류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법은 아니다. 일본도 유류분 제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민법에 특례규정을 두고 있다. 중소기업이 창업자 사망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법이 취지다.

문 변호사는 "일본은 현 경영자의 상속인 전원의 합의가 있으면, 자사주식을 유류분산정기초재산에서 제외하거나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하는 가격을 합의 당시의 시가로 고정한다"며 "이를 통해 자사주식의 분산을 방지하고 자사주식 가치 변화가 유류분 금액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기업에 특례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3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비상장기업 △현 경영자가 과거 또는 합의 시점에 회사 대표자일 것 △합의 시점에 회사의 대표자이고 현 경영자로부터 증여 등의 방식으로 자사 주식을 취득해 회사 의결권의 과반수를 보유하고 있을 것 등의 요건에 해당해야 한다.

이날 문 변호사의 연구발표와 함께 '상속신탁연구Ⅱ권' 출판 기념회도 진행됐다. 상속신탁연구회가 출간한 이번 책에는 가사소송과 가업승계, 유언대용신탁, 부동산신탁 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추가됐다.

바른 상속신탁연구회는 가사·상속, 신탁, 가업승계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지난 2012년 12월에 시작된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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