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에 제동걸린 삼성물산…주목받는 '주식매수청구권'

황국상 기자
2016.06.04 07:54

[the L리포트][주식매수청구권 존폐 논란]① "소액주주 보호장치로 존치돼야" vs "상장주식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은 불필요"

지난해 7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사진=머니위크 임한별기자

지난해 옛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통합과정에서일성신약등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잘못 산정됐다는 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주식매수청구권 제도에 대한 관심도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회사가 영업의 양도, 합병계약 체결 등 주요사항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이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주식을 팔고 나갈 수 있도록 보장한 장치다. 지배주주의 결정으로 인한 주식가치의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소액주주가 회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기업합병을 알리는 주요사항보고서 등 공시서식에서도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한 부분이 자세하게 소개된다. 지난해 5월26일 처음 공시된 합병과 관련한 주요사항보고서는 총 7개절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5절이 주식매수청구권에 관한 사항이다. 그 분량은 원고지 매수로 70매 분량에 이른다. 같은 날 공시된 '회사합병결정' 서식에서도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서술돼 있다.

국내 법 체계상으로는 상법과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상장사 간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의 특례가 적용된다.

자본시장법과 그 시행령은 △ 합병 등 주요사항을 결의하는 이사회 개최일 이전에 주식을 보유한 후 청구권 행사일까지 계속 보유한 이들 중에서 △ 합병에 반대의사를 의사를 통지한 이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 자격을 부여토록 하고 있다. 청구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이들은 해당안건이 상정되는 주주총회가 개최된 후 20일 이내에 서면으로 회사 측에 본인 소유 주식을 되사줄 것을 신청하면 된다. 회사는 해당 주식매수청구권 접수마감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주식을 매수토록 하고 있다.

아울러 자본시장법은 원칙적으로 회사 측이 주식매수청구권의 행사가격을 원칙적으로 주주와 회사간 협의로 결정토록 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이사회 개최일 전일로부터 2개월간, 1개월간, 1주일간의 거래량 가중평균 주가 3개를 다시 산술평균한 가격으로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상장주식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는 실익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가격결정 메커니즘이 불투명한 데다 거래편의성이 극히 떨어지는 비상장주식과 달리 상장주식은 증시가 운영되는 때면 언제든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으로 주식을 팔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의 주요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시장에 그냥 내다파는 등 2가지 카드를 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본시장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주식매수청구권이 비상장주식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음에도 국내에서는 비상장주는 물론 상장주식에까지 적용되고 있다"며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종목 등 유동성이 극히 떨어지거나 공정한 가격을 발견하기 어려운 종목에 한해서만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반면 한국자본시장을 규율하는 법 체계가 여전히 소액주주 보호에 미흡한 상황에서 그나마 법에 남아있는 주식매수청구권 제도를 서둘러 없애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선진 자본시장은 오랜 시장운영 경험을 통해 다양한 주주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음에 비해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게 반박론자들의 근거다.

김순석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올 초 열린 한국증권법학회 정기세미나 토론에서 "미국·일본 등의 경우 순환출자나 재벌 소유구조상 문제로 인한 의사결정 왜곡 등 문제가 한국과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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