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人災)라고 할 수밖에 없는 후진국형 안전 참사가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대형 안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한국 사회는 우왕좌왕했다. 안전 진단 미비, 부실한 위험관리, 위기대처능력 부족 그리고 특혜 집단의 존재 등 사고 원인은 판박이다. "이 같은 사고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며 재발 방지책을 내놓고, 책임자 문책이 뒤따랐지만 그 때 뿐이었다. 대형 재난은 그대로 반복됐다.
대형 참사들은 국민들의 일상을 뒤흔들며 삶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가장 최근 발생한 2014년의 세월호와 2015년 메르스(메르스는 감염병이지만 보건 당국과 병원들의 대응 미비로 보건 분야의 대표적인 안전 참사로 여겨진다)만 보더라도 안전 참사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소들은 세월호 참사가 소비 심리에 직격탄을 날리며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p) 가량 둔화 시켰으며, 이듬해 연이어 발생한 메르스는 국민들의 일상 생활마저 어렵게 만들면서 세월호를 능가하는 악영향을 경제에 미쳤다고 진단했다. '안전'이 국민의 삶과 직결된 가장 중요한 지표란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다.
이리역 폭발,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화재 등 무수한 대형 재난을 겪었음에도 우리의 안전 의식은 별다른 개선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어린 학생들이 관피아, 안전관리미비 등 그동안 누적돼온 부조리에 희생 당했다는 안타까움이 컸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처음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에는 과거 사례와 마찬가지로 2014년 2분기 소비가 잠깐 위축되더라도 경제 활동이 3~4분기 재개되면서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 전반에 충격을 안겨주며 긴 시간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여행, 숙박, 음식 등 내수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은행은 세월호 사고 전인 4월 우리 경제가 2014년 4.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사고 직후인 7월 3.8%로, 10월엔 3.5%로 또 다시 낮췄다. 결국 2014년 경제 성장률은 전망치를 하회한 3.3%에 그쳤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뒤흔든 메르스 역시 경제 성장률을 2%대로 떨어뜨린 주범이었다. 메르스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음식점, 쇼핑몰, 백화점, 놀이동산 등 사람이 몰리는 장소는 눈에 띄게 한산해졌고, 2000곳이 넘는 학교가 휴교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관광산업은 2조6500억~3조4000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6~9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동기대비 무려 153만3000명 감소했다. 정부는 지난해 메르스로 인한 경기침체가 심상치 않자 11조6000억원의 메르스 추경을 편성, 경기부양에 나섰다. 그럼에도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6% 성장하며 3년 만에 2%대로 주저 앉았다.
지난 2014년 세월호와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3만 달러에 한발 가까이 다가갔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5년 초만 해도 1인당 GDP의 3만 달러 달성이 예상됐다"면서 "경제는 심리가 매우 중요한데 세월호 메르스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성장률이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세월호와 메르스를 계기로 안전을 소홀히 다뤘던 한국 사회도 안전을 중심에 두기 시작했다. 국민이 안전해야만 삶도 안정되면서 경제 성장도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 안전 사고가 끊이질 않자 정부는 2014년 11월 안전 정책을 총괄할 콘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를 출범시키는 등 안전을 생활화하기 위한 정책 대안 마련에 나섰다.
그럼에도 안전 사고 발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앞서 두 번의 동일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8일 서울메트로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안전문) 참사가 발생한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 관리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다시 상기시켰다. '19세 청년, 컵라면'으로 대변되는 희생자의 안타까운 사연에 대한 사회적 반향은 컸고, 이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안전 체계에 대해 전반적으로 돌아보는 또 다른 계기를 제공했다. 같은 시기 발생한 남양주 지하철 가스 폭발 사고 역시 안전 관리 미비가 빚은 참사로 기록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만 955명이 사망했고, 이중 건설부문 사망자만 절반인 473명에 달할 정도다. 대부분이 안전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태 KDI 거시연구부장은 "우리나라는 안전에 대한 기대 수준은 높지만 여전히 안전 수준을 바꿔 나갈 리더십이나 사회적 협의는 서툴기만 하다"면서 "사회적 협의를 통해 안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기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