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 번만 뵙길…" 성주군민의 바람, 통할까

김주현 기자
2016.07.24 15:00

[취재여담]'이기주의·폭력·종북' 비판에 점점 고립되는 군민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집회를 위해 상경한 성주 주민들이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경북 성주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뒤 열흘이 지났습니다. 각계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정면 돌파를 선택한 모양입니다. 특히 사드 배치의 주요 당사자 중 하나인 성주 군민들의 목소리는 점차 잦아드는 표정입니다.

지난 13일 정부가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발표했습니다. 8일 사드의 국내 배치가 결정된 지 5일만의 일이었습니다. 군민들과 사전 협의는 없었습니다. 군민들은 즉각 상경해 국방부 앞에서 집회를 시작했고, 5시간 정도 기다린 후에야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시간 가량 진행된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 장관은 "죄송하다. 성주에 찾아가 충분히 대화하고 이해시켜드리겠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군민들은 마음 한 켠이 답답한 상황에서도, 한 장관의 말을 믿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오후부터 저녁까지 길바닥에 앉아 한 장관을 기다리면서도 "참외 딸 사림이 없는데", "지금 안 따면 시기를 놓치는데"라며 걱정 투성이었던 분들입니다.

이틀이 지나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 장관이 성주를 찾았고, '사달'이 났습니다. 황 총리는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 안전을 100번 점검하겠다"는 말만 거듭했고, 분노한 군민들은 계란과 물병을 던졌습니다. 서울로 돌아가려는 황 총리 일행도 몇 시간이나 붙잡아뒀습니다. 한 경찰 간부는 누군가 던진 물병에 맞아 다치기까지 했습니다.

성주군민들은 '지역이기주의', '종북주의자 등과 같은 원색적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경찰은 전담팀을 꾸려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이에 한 군민은 "우리보고 빨갱이란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 무려 86%의 지지율을 보낸 대표적 여당 '표밭'의 지역민들로선 당혹스러운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21일. 성주 사람들은 다시 서울에 모였습니다. '빨갱이'라는 비판을 의식해서일까요. 2000여명 군민들은 파란 리본을 가슴에 달았습니다. "빨간색은 너무 투쟁적이어서, 검은색은 너무 우울해 보일까봐" 파란색을 선택했다고요. 이른바 '외부세력'과 성주군민들을 구분하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주소지'를 근거로 외부세력을 엄단하겠다는 경찰의 엄포도 영향을 줬습니다. 언론사의 질문조차 극도로 경계했습니다.

그토록 믿었던 정부에 대한 배신감을 표출하기도 모자란 군민들이었지만, 여론의 갖가지 비판을 받으면서 군민들은 잔뜩 움츠러든 표정이었습니다. 이날 가장 '거친' 행동이 일부 군민들의 삭발 정도. 머리를 깎은 김향곤 군수는 "한 번만 대통령님을 뵙고 애절한 뜻을 전하고 싶다"고 외쳤고, 군민들도 "다같이 평화적 시위를 어이가면 사드가 철회될 것으로 믿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반면 박 대통령은 같은 날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요즘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 "고난을 벗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가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보안 등의 이유로 사드 배치 결정을 '통보'만으로 마무리했다면, 사후라도 '대화'와 '설득'에 힘을 기울이는 게 올바른 정부의 임무일 것입니다. 그러나 군민들이 간절하게 만나길 원하는 대통령은 사드의 성주 배치 '재검토'는 커녕 '정성 어린 설득'에 나설 가능성도 적어 보입니다.

오히려 '불순세력 개입', '지역이기주의', '폭력집단', '종북주의자' 등의 딱지에 성주군민들만 점차 위축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언론 인터뷰를 피하고, 군민 외 농민단체 등의 동참 의사는 고사하며, 스스로 요청한 45개 중대 3600명의 폴리스 라인에 둘러싸여 집회를 할수밖에 없었던 군민들. 점점 더 고립되는 그들의 "사드반대 배치" 구호는 과연 어디까지 울려 퍼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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