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엔 없는 전관비리, 한국엔 있는 이유

김승열 변호사(카이스트 겸임교수)
2016.08.13 18:12

[the L][Law Cafe]김승열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홍콩 전경 / 사진제공=홍콩관광청

홍콩에서의 판사임용제도전반과 전관예우 등의 문제를 포함한 사법지원시스템 전반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홍콩에서는 판사의 경우는 경험이 많고 능력이 있는 법정변호사나 사무변호사중에서 판사를 임명하고 판사의 정년은 70세 정도다. 판사가 퇴직한 후에는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이 금지된다. 따라서 전관예우와 전관비리문제는 근원적으로 발생되기 어렵다.

먼저 홍콩은 판사가 180명 정도되고 일단 판사가 되면 다시 변호사로 돌아갈 수 없다. 판사 임용시에 판사임용 후에는 다시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기 떄문이다. 판사를 한 후에 변호사활동을 하게 되면 종전의 판사지위를 남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서약서를 받는다.

예를 들어 호주의 경우는 판사임용 후 1년 내에 그만두는 경우에는 변호사활동을 할 수 있으나, 1년 이후에 퇴직하는 경우에는 변호사활동이 제한된다. 우리나라에는 판사의 경력을 이용해 변호사로서 전관예우를 받는 잘못된 관행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직 대법원판사인 페트릭 찬 판사의 설명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법원 스스로가 판사들의 명예를 위해 그러한 의혹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모습에서 깊은 존경심과 경외감을 느끼게 됐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미국연방판사와는 달리 판사의 경우에도 정년은 있었다. 판사 퇴직후에는 주로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등의 봉사활동을 한다고 했다. 찬 판사의 경우는 사안별로 파트타임으로 판사직을 수행한다고 했다. 거의 순차 배정방식으로 퇴임한 판사를 사안별로 초빙, 재판부를 구성해 재판심리에 활용한다.

영미계판사들이 쓰는 가발제도는 프랑스로부터 도입되었는 데 당시 영국 왕이 쓰던 가발을 모방하여 쓴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가발이 세탁 등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가발에서 심한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의 정도가 해당 판사의 경력을 나타낸다. 이후 1997년 홍콩반환후에 홍콩대법원판사는 더 이상 가발을 쓰지는 아니한다. 다만 머리가 벗겨진 판사의 경우에는 이에 대하여 다소 아쉽게 생각한다는 우스개도 들었다.

홍콩의 판사는 정년이 있으나, 다만 아프거나 뇌물 등의 부정사건에 개입하지 아니하는 신분보장이 된다고 했다. 뇌물의혹 등의 경우는 3명의 판사로 구성된 재판부에서 이를 심리해 판사지위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홍콩대법원의 판결은 5분의 대법원판사로 구성되는 데 이 중 1명은 영연방의 고위직 판사를 초빙해 재판부를 구성한다.

주로 호주, 뉴질랜드 등의 영연방국가의 고위직 판사를 초빙하는 데 미국이나 캐나다의 판사는 초빙되지 않는다. 미국은 영연방이 아니어서 초대가 안되고, 영연방국가중의 하나인 캐나다의 경우도 미국을 의식해 캐나다로부터 고위직 판사를 초빙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는 영연방국가의 판결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홍콩 판사의 연봉은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 결정된다. 적정한 수준의 변호사들의 판사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판사 퇴직후에는 변호사개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판사직으로의 지원의 결정은 신중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변호사가 가발을 쓰는 유래에 관하여 여러 이야기가 있으나 그중의 하나는 가발을 써서 판사가 변호사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기 어렵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설도 있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1997년 홍콩 반환후에 지방법원의 경우는 거의 80%가 영어 대신에 중국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상급법원으로 갈수록 영어의 사용이 일반적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홍콩문화전반에 있어서 점차 중국의 영향권 하에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홍콩법조계는 판사출신이 퇴직 후에 변호사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히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직의 판사를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변론을 하는 것은 이해상충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홍콩변호사는 영국에 법정변호사가 가발을 쓰고 똑같은 법정복을 입는 지 그 이유를 아느냐고 되물었다. 왜 그런지를 물어보니, 양쪽 법정변호사가 모두 가발 등을 쓰도록 해 누가 누구인지를 잘 모르도록 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판사는 친소관계를 떠나 가장 중립적인 시각에서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여서 현재 국내의 전관예우의 현황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을 하느냐고 하자, 정의의 여신은 눈이 가려워져 있는데 현직법관에 대하여 잘 아는 사람이 변호사로서 변론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잘못된 것이며 나아가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된다고 이야기했다.

판사 스스로가 사건을 배정받으면 이해관계 충돌여부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하고 잘 아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자진해 공개하고 필요한 경우에 회피하는 등의 조치를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법정변호사와 사무변호사가 나누어진 이유역시 변호사의 공정성을 좀더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즉 법정 변호사는 고객과의 만남에 있어서도 반드시 사무변호사의 참여 하에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에 대해서도 이와 같이 엄격한 윤리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데 무엇보다도 공정성이 중요한 판사의 경우는 더욱 더 고도의 윤리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참고로 홍콩에서는 민형사사건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성공보수조건부의 변호사비용의 약정이 금지돼 있다고 했다. 이는 변론활동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따라서 형사사건의 성공보수금조건의 약정에 대해 상당히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전관예우와 같은 비리가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더니, 이는 기본적으로 문화의 차이라고 간명하게 대답해 좀 부끄러웠다. 즉 선진문화의 정착이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홍콩 등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고 있지 않는 전관비리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변호사보다는 판사를 중심으로 한 법원차원에서 좀더 각성을 하고 법제도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국제금융의 허브로서 세계적인 변호사들의 각축장인 홍콩의 사법지원시스템이 있기에 이와 같은 법률시장을 세계적으로 크게 발전하는 데에 기여했다는 강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판사를 한 이후에 다시 변호사로 개업하는 것은 공정성의 측면에서 곤란한 면이 있어 보인다. 당연히 이해충돌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자신들은 구체적인 사건에서나 현실적으로 직접적인 이해관계의 충돌이 없거나, 실제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강변할지 모르나, 전관변호사의 후배인 현직 법관들이 직간접적인 무언의 영향을 끼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나아가 전직판사와 현직 판사와의 유대가능성은 물론 전체 판사모두의 경우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극 소수의 경우에는 가능성측면에서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을 것으로도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사건에서 한쪽 당사자의 변호사는 전관으로서 재판부 판사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고, 상대방 당사자측 변호사는 그렇지 아니하다면 이는 당연히 문제가 될 것이다.

상당히 예민한 법률고객인 사법소비자들로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은 너무나 명확하다. 다만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있어서 주객이 다소 전도돼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변호사단체보다도 오히려 법원에서 스스로가 먼저 그 심각성을 인식해 자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홍콩 등 선진문화국가에서는 전통적으로 이와 같은 이해충돌부분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엄격하다. 그렇다면 이제 세계 경제강국 중의 하나로 성장한 한국에서도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좀더 합리적인 사법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법원 스스로가 이러한 이해충돌문제 등에 대해 좀더 공론화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변호사 단체나 민간영역에서 목소리를 크게 낼 것이 아니라, 청렴성과 최상의 도덕률의 표방해야 하는 판사 등을 중심으로 한 법원에서 솔선수범하여 스스로 전관예우 내지 비리에 대한 자성과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좀더 엄격한 잣대로 이를 혁신하려는 노력이 조속하게 선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홍콩전경 / 사진제공=홍콩관광청

[Who is]

1961년생인 김승열 변호사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마치고 사법연수원 14기를 수료했다.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로서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대한변협 소속 지식재산연수원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지식재산금융과 법제도'라는 저서를 발간하는 등 학구파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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