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주말 광화문광장에 나와 "어머니가 그립다"고 외친 청년이 있다.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5년째 보험사와 씨름 중인 김형진씨(32) 얘기다.
김씨 어머니 황영순씨(사고 당시 49세)는 2009년 6월 전북 익산시 한 공원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6세 손자가 갖고 놀던 공을 놓쳐 황씨가 주우러 나섰고 마침 달려오던 트럭에 치였다.
사고로 어깨를 다친 황씨는 사망 전까지 7년간 19차례 수술을 받았다. 파킨슨병·무호흡증 등 시간이 지나면서 따라온 후유증도 한둘이 아니었다.
병간호와 직장생활을 함께할 수 없었던 김씨는 사고난 해에만 5차례 이직했다가 결국 대리운전에 뛰어들었다. 낮에는 어머니를 살피고 밤엔 돈을 벌었다.
빠듯한 벌이에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싱글대디로 아들을 키우면서 양육비도 더해졌다. 김씨는 "아직도 빚만 1억원이 넘는다"며 "너무 힘들어 목숨까지 끊으려 했지만 어머니와 아들 생각에 매번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정성 어린 간호에도 어머니는 지난 8월18일 끝내 숨을 거뒀다. 하지만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김씨는 현재 롯데손해보험과 5년째 소송 중이다. 롯데손보는 2009년 사고 당시 가해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사로 유가족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김씨 주장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사고가 나고 2년6개월쯤인 2011년 12월부터 치료비 지불보증을 멈췄다. 어깨 부상을 제외한 다른 후유증은 교통사고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곧 롯데손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어머니가 겪은 후유증 역시 교통사고로 수반된 장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2012년 10월 중앙대병원에 의뢰해 받은 신체감정서를 들었다.
해당 신체감정서에서 중앙대병원은 어머니 황씨의 파킨슨병에 "교통사고 직후 발생한 건 아니나 사고로 인한 치료 중 발생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교통사고가 100% 기여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적었다.
김씨의 말에 보험사는 '거짓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황씨 사망 직전까지 어깨 부위와 관련한 모든 치료비를 지불보증했다"며 "파킨슨병의 경우 대한의사협회 신체감정에서 교통사고와 인과관계가 10%로 나와 손해배상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망진단서를 둘러싼 갈등도 김씨에게 고통이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치료받다 숨진 서울대병원에서 주치의는 사망진단서에 사망종류를 병사로 기재했다. 교통사고가 아닌 숨지기 직전 악화한 중증패혈증을 직접 사인으로 봤다.
김씨는 "병사로 봤다는 건 사고를 안 당했어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거란 얘긴데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가 발행한 '사망진단서 작성안내'에 따르면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해 숨진 경우 사망종류는 외인사로 적어야 한다. 질병 이외에 다른 외부 요인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병사로 표기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은 병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고인이 사고로 다친 어깨에서 검출된 염증균과 사망할 당시 원인이 된 균이 서로 달랐다"며 "어깨 치료도 중간에 관둔 기간이 길어 교통사고와 사망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게 의료진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김씨는 "일반 파킨슨병 환자보다 어머니의 발병속도가 20년 이상 빠르다는 의사(치료받던 신경과의원) 소견이 있었다"며 "건강하던 사람이 사고 1년 만에 희귀병을 얻어 급속도로 악화됐다면 사고 후유증이 아니고 뭐냐"고 말했다.
또 "사망원인이 된 폐렴간균은 7년간 이어진 투병생활로 면역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에서 감염됐다"며 "교통사고가 없었으면 면역력이 저하될 일도, 균에 감염될 일도 없었을 테니 외인사가 맞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