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명절 스트레스 "탄핵 얘기 꺼냈다 싸움날까"

최민지 기자
2017.01.26 14:59

"열린 태도로 상대방 의견 존중하려는 태도 가져야"

# 결혼 2년 차인 A씨(36)는 이번 명절에 아내와 장인·장모가 또다시 설전을 벌일까 벌써부터 긴장된다. 장인·장모는 경북 출신의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인 반면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한 아내 B씨(34)는 야당 지지자다. 종종 아내가 친정에서 정치 얘기를 꺼내면 결국 언성이 높아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했다. 그는 "이번 명절에는 아내의 외가까지 방문하는데 대통령 탄핵 얘기가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나는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처지라 또 아내와 장인·장모가 싸우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탄핵과 대선 후보에 대한 이슈가 설 명절 가족들 대화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이면서 '때 아닌 설전'을 걱정하는 이가 늘고 있다. 부모, 자식, 형제 간 정치적 성향이 달라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는 탓이다.

부친이 공무원 생활을 오래한 C씨(38)는 "아버지가 촛불 시위에 나가는 것들은 다 쓸어버려야 한다"는 식의 말을 할 때마다 곤혹스럽다. C씨는 "아버지의 성향을 익히 잘 알고 있어 크게 대들지는 않는다"면서도 "이번에 대통령을 잘못 뽑으셨으니 다음번 대통령은 제대로 고르시라고 조용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사진=pixabay

야당 지지자 회사원 D씨(34)는 "아버님과 친가가 경남 분들이신데 정치적 성향이 맞지 않는다"며 "올해 설은 정치적인 이슈가 맞물린 시기인지라 제사만 드리고 바로 서울로 올라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또다른 회사원 E씨(28) 역시 "아버지가 보수성향인데 집에 갈 때마다 정치 얘기를 꺼낸다"며 "가족뿐 아니라 다른 친척들이 모인 상황에서 집안싸움이 날까 걱정이라 설 전날 밤에 갔다가 아침에 차례만 지내고 오는 '초단기 방문 코스'를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이슈가 갈등을 야기할까봐 일부러 대화를 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30대 자녀 2명, 50대 친동생이 모두 야당을 지지하는 반면 본인은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는 F씨(53)는 "명절 때만큼은 정치 얘기를 아무도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남편이나 아들, 누구라도 정치 이슈를 꺼내면 TV를 틀거나 다른 주제로 대화를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모 세대는 자녀 세대보다 힘들게 살면서 가난을 극복했고 자녀 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밥 굶을 일이 없었는데 어떻게 보는 관점이 같겠느냐"며 "서로의 정치적 견해를 존중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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