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은 몰랐다" 삼성의 전략, 결국 안 통했다

김종훈 기자
2017.08.25 17:37

[the L] [이재용 선고] 재판부 "이재용 부회장의 관여 정도와 관련된 피고인들 진술 신빙성 높지 않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스1

'삼성그룹 뇌물 사건'에서 변호인단은 '이재용 부회장(49)은 관여하지 않았다'며 그의 무죄를 주장했으나 끝내 재판부를 설득하지는 못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뇌물 사건 피고인들은 '이 부회장은 최순실씨(61) 일가 후원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모든 의사결정은 최지성 전 부회장이 내렸으니 책임을 져도 최 전 부회장이 져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 부회장도 법정에서 "(독대 때) 정유라씨(21)가 언급되지도 않았고 누군지도 몰랐다"고 진술했다. 최 전 부회장 역시 "이번 일은 제 짧은 생각과 독선, 법에 대한 무지로 제가 잘못 판단한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특히 최 전 부회장은 이 부회장에게 회사 자금으로 최씨 일가를 후원한다는 사실을 일부러 보고하지 않았다고 강조해 왔다. 그 이유에 대해선 "후계자가 책임질 일을 만들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궁색한 변명"이라고 반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지난 7일 결심공판에 직접 나와 "이 부회장을 살리기 위한 차원에서의 허위 주장에 불과하다"며 삼성 측 주장을 일축했다.

법원은 특검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25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 부회장은 2014년 9월15일 박근혜 전 대통령(65)과의 독대 이후 정유라씨(21)에 대한 승마지원이 이뤄지는 기간 동안 포괄적인 지시를 하고 보고 받고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를 지원한 경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25일 2차 독대에서 이 부회장에게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의 이름을 언급했다고 볼 수 있다는 점 △최 전 부회장, 장충기 전 사장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 △'안종범 수첩' 중 3차 독대가 있었던 지난해 2월15일자 메모에 '빙상, 승마'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은 영재센터 지원의 성격과 결과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관여와 관련된 피고인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삼성이 정씨 승마지원 명목으로 최씨 측에 송금한 73억과 영재센터에 후원한 16억원을 뇌물로 인정하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에 대해선 뇌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관심에 따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책정한 재단 출연금을 어쩔 수 없이 납부할 수밖에 없다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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