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교착상태 지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 세계의 시선이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에 쏠린 사이에도 우크라이나 전선의 포성은 멈추지 않고 있다. 전쟁 발발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일진일퇴의 소모전이 계속된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교착 국면에 빠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향후 흐름을 좌우할 변수들을 살펴봤다.
전쟁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점령하고 주도권을 확보했지만 주요 전선은 교착 상태에 빠진 채 소모전을 지속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에는 △극심한 전력 소모 △요새화된 지형 △전략 변화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먼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모두 장기전을 수행하면서 전쟁 여력이 크게 소진됐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쟁 사상자는 약 170~180만 명(러시아 120만 명, 우크라이나 50~60만 명)에 달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낳았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양측 모두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 러시아는 경제 제재와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재정적자가 커졌고, 노동력 부족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내수 경기까지 악화됐다. 군수산업 중심의 전시 경제체제가 장기화되면서 2025년 경제성장률은 1% 수준에 그쳤다. 우크라이나 역시 경제와 산업 피해가 심각해 재정은 대부분 대외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군사 부문을 포함한 지원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2670억 유로(약 463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주요 격전지인 돈바스 지역의 동부 전선이 요새화된 지형이 많아 러시아가 점령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지역은 각종 산업시설과 건물이 밀집돼 천연 요새와 같은 구조다. 우크라이나군은 지형적 이점을 활용해 다층 방어선을 구축하고 사활을 건 방어에 나섰다.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돌파를 시도함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진격에 그치고 있다.
양국의 전략 역시 교착 상태를 심화하는 요인이다. 러시아는 1500km에 달하는 광범위한 전선을 유지해야 한다. 이에 핵심 거점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의 소모전은 최소화하고,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통한 주요 인프라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하는 전략을 취한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요새를 중심으로 소수 정예 병력을 활용한 방어 위주의 게릴라전에 집중한다.
제성훈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러시아는 전쟁 초기부터 이미 전략을 전환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영토를 뺐기보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항복을 얻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항복은 유럽의 지원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목표는 유럽이 전쟁에서 손을 떼도록 만드는 것이고, 결국 유럽이 지칠 때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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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리자=AP/뉴시스] 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의 한 훈련장에서 우크라이나 제65기계화여단 소속 군인들이 돌격 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2026.04.09.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4/2026041615501267798_2.jpg)
전문가들은 향후 전쟁의 향방이 크게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올해 러시아 춘계 공세의 성공 여부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최근 러시아는 '라스푸티차(흑토지대가 진흙탕이 되는 현상)' 시즌이 끝나면서 춘계 공세를 시작했지만,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고전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러시아군은 하루 평균 5.5㎢를 점령해 전년 대비 3분의 2 정도 속도가 둔화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 이후 국제유가 급등으로 러시아의 재정 여력이 개선됐고 이는 병력 충원과 전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거세지는 공세를 버틸 수 있을지 여부에 전쟁의 향방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지원 여부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유럽은 지난해 말 2026년~2027년에 걸쳐 우크라라이나에 총 900억 유로(약 156조 원) 규모의 무이자 대출을 해주기로 합의했다. 다만 900억 유로의 지원이 당장 현실화될지가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 제재 등 핵심 사안이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유럽연합(EU)의 구조상 일부 회원국의 거부권이 행사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헝가리의 경우 최근 총선으로 정권이 교체되기 전까지 대출 집행에 반대했었다. EU 지도부는 반대 국가가 있을 경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개별적인 대출 형식을 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승인 절차가 길어지는 문제가 있다.
세 번째 변수는 이란 전쟁이다. 현재 유럽은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무기를 신청하면 유럽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지원하는 '우선 요구 목록(Prioritised Ukraine Requirements List)'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이란과의 전쟁으로 방공 무기 등 전략자산을 중동에 집중 배치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무기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구호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크라이나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전력의 열세를 넘어선 반격을 기대하긴 어렵고 러시아의 공세가 강화될수록 조금씩 전선에서 밀려나는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이란 전쟁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력이 약화되면 러시아의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강화되면서, 러시아에게 유리한 종전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