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삼성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약 200억원을 출연한 데 대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정유라 승마지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지원 등 다른 뇌물 혐의는 일부 또는 전부 유죄로 보면서도 유독 미르·K스포츠재단 건은 무죄로 판단한 이유는 뭘까?
이날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요청할 때 여타 대기업 총수들과 달리 이 부회장과의 관계에서만 '그룹승계'라는 현안 해결에 대한 대가관계라는 인식을 하고 출연요청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국정수행·정부시책 실현에 협조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기업인에게 공익목적 단체에 출연을 요청할 때 뇌물여부를 판단하려면 그 기업인의 입장에서 대통령의 요청이 사실은 대통령이나 특정인의 사적이익 추구를 위한 점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며 "기업인 입장에서는 대통령 요구를 수용할지를 자유롭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최순실이 사적이익 추구수단으로 재단을 설립·운영한다는 점을 이 부회장 등이 알았다고 볼 사정이 없다"며 "삼성그룹의 출연금 액수는 전경련이 정해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동적으로 응해 정해진 것이고 피고인들이 출연금 출연일정, 규모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단 설립과 출연과정은 청와대 경제수석실 주도로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강압적 측면이 있었다"며 "대통령의 재단지원 요구는 구체성·직접성 측면에서 (뇌물로 보기에는) 승마지원이나 영재센터 지원과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이 대통령과 최순실에 의한 공갈죄, 사기죄, 강요죄 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을지언정 뇌물공여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삼성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