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시 '재건축포털'에 비리 정황 ‘수두룩’

김민중 기자
2017.10.19 06:05

[건설적폐 재건축비리 ②-2]<손놓은 지자체>이상한 입찰공고문 버젓이 검색돼

17일 서울시 '클린업시스템' 조합입찰공고에 불필요·허위 용역에 대한 입찰공고들이 검색됐다. /사진=클린업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가 운영하는 재건축(재개발 포함) 포털 사이트에 비리 정황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필요하거나 허위의 용역 입찰공고문이 버젓이 검색된다.

일선에서 재건축 비리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서울시가 비리를 방치하고 나아가 부추길 우려마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서울시 ‘클린업시스템’(http://cleanup.seoul.go.kr)의 ‘조합입찰공고’에서는 서울 내 재건축 사업장들이 발주하려는 용역 입찰공고문이 검색된다. 클린업시스템이란 재건축 사업의 추진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서울시가 구축한 홈페이지로서 일종의 '재건축포털' 역할이다.

문제는 클린업시스템에서 불필요하거나 허위인 것으로 인정돼온 용역 입찰공고문이 상당수 검색된다는 점이다. 조합 집행부와 건설업자가 짬짜미해 부당한 용역을 발주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모으는 정황들이다.

심지어 올해 6월 서울서부지검이 국내 최대 철거업체(삼오진건설)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부적절한 용역으로 지목했던 ‘범죄예방’, ‘이주관리’, ‘석면해체’ 용역까지 보인다. 범죄예방 용역에 한정하면 올해 들어서만 6건, 클린업시스템이 만들어진 2010년부터 따지면 62건이 검색된다.

범죄예방은 철거업체들이 2010년대 초반부터 고안해 낸 불필요 용역으로 지목된다. 2010년 2월 부산 사상구 덕포동 재개발 현장에서 ‘김길태 여중생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도시정비법에 범죄예방 관련 조항이 신설되자 철거업체들이 이를 악용해 불필요한 용역을 '창조'했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국방이나 치안은 국가가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다. 도시정비법 제28조의2를 봐도 순찰 강화, 순찰초소 설치 등의 범죄예방 활동은 경찰이 맡도록 규정돼 있다. 같은 법 제30조에 의해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하며 가로등·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등 범죄예방대책을 포함하도록 돼 있지만 이 역시 기존에 고용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의 몫이다. 새로운 '수익사업'의 하나로 해당 용역을 만들어낼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그동안 사업장에서 폭력 등 온갖 불법을 자행해온 철거업체가 범죄예방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 외에도 풍수해방지, 재해방지 등 철거업체 혹은 대형건설사가 돈을 더 받지 않고 알아서 해야 할 용역들도 눈에 띈다.

올해 4월에는 본지가 클린업시스템을 근거로 “국내 최대 규모인 가락시영아파트재건축 사업장에서 불필요 용역(총회 대행)을 발주하려 한다”고 보도하자 차모 당시 조합장(직무대행)이 공개 사과하고 발주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페이퍼 용역들을 제재하려 하면 일부 조합에서 '사적인 계약에 왜 간섭하느냐'고 반발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며 "클린업시스템에 대한 스크리닝(감시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용역계약에 대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 구청과 조합에 전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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