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 진앙지 일대에서 '액상화 현상'이 발견됐다. 지반이 액체처럼 변하는 액상화 현상은 한국에선 근대화 이후 처음 발견됐으나 해외에서는 수차례 보고됐다.
액상화는 강한 지진 후 지하수와 흙이 섞여 액체처럼 유동화 돼 지반이 약해지는 현상이다. 지하수가 흙 사이 빈 공간을 채우고 있는 지반에서 주로 일어난다. 지진이 일어나면 흙 입자들이 흩어져 지하수에 섞인다. 이후 입자가 가라앉으면 지하수가 밀려나 땅 위로 솟아오른다.
액상화 현상은 지진 이후 대규모 지반 침하와 건물 붕괴와 같은 2차 피해를 불러오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액상화가 일어나면 지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물도 무용지물이 된다.
액상화 현상은 한국에선 근대화 이후 처음 발견된 사례다. 근대화 이전에는 승정원일기에 1643년 7월 "울산에서 지진이 발생했는데, 마른 논에서 물이 샘처럼 솟았고, 물이 솟아난 곳에 흰 모래가 나와 1~2말이 쌓였다"는 액상화 현상으로 추정 가능한 기록이 남아있다.
해외에서 액상화 현상은 수차례 발생했다. 19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진 때는 해안에서 가까운 지역에 액상화 현상이 나타나 사망자 약 3000명, 이재민 20만명 이상이 발생하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진앙지 일대에서도 진흙이 분출하는 현상이 관측됐다.
1976년 발생한 규모 7.8의 중국 탕산 대지진 때도 액상화 현상의 영향으로 건물이 쓰러지면서 약 24만명이 사망했다. 진앙지 일대인 탕산시 남쪽 충적평야의 토양은 진흙, 자갈, 모래 등으로 이뤄져 액상화가 나타나기 쉬운 조건이었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1964년 니가타 지진, 1995년 한신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액상화 현상이 이어졌다. 니가타 지진 당시에는 액상화로 인해 4층 아파트가 가라 앉았다.
한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현장조사팀은 앞으로 지하 모래층을 정밀 분석해 액상화의 원인을 밝혀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