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취업규칙에 ‘직장 괴롭힘’을 금지하는 조항을 의무적으로 포함토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6일 법조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르면 이번주 ‘직장 괴롭힘 실태조사 최종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주도로 직장 괴롭힘에 대한 실태조사가 실시되고 그 결과가 발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올 상반기 중 ‘직장 괴롭힘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고용부는 지난해 7월 행복한일노무법인(연구책임 문강분 대표)에 직장 괴롭힘 대책 수립을 위한 비공개 실태조사를 의뢰했다. 노무법인은 같은 해 9월∼11월 직장 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18개 사업장의 피해자 100여명을 상대로 익명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설문조사 방식은 배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직장 괴롭힘이란 성희롱, 왕따, 과중한 업무 부여 등 직장 내에서 노동자의 신체·정신적 건강을 침해해 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 전반을 말한다. 인권위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최근 1년간 직장에서 존엄성이 침해되거나 적대적·위협적·모욕적인 업무환경이 조성됐음을 한 번이라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전체의 73.3%에 달했다. 그러나 직장 괴롭힘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은 아직 국내에 없다.
보고서는 조사 결과 확보된 사례들을 △사업장(공공기관-대기업-중소기업) △사건 관련자 특성(정규직-비정규직·남-녀-혼합·단-복수) △직장 괴롭힘 유형(개인적-업무적-사회적고립) △직장 괴롭힘 원인 △피해 유형(인사적-정신적-신체적) △분쟁해결방법(사법처리-행정처리-내부처리) △적용된 현행 법률 등을 기준으로 분류했다.
보고서는 모든 기업과 공공기관의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필수 기재사항 또는 단체협약 체결 사항으로 지정토록 하는 방안을 직장 괴롭힘 근절과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정책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의 직장 괴롭힘 관련 고충처리시스템 설치 △회사 내·외부의 직장 괴롭힘 대체분쟁해결(ADR)기구 설치 △피해근로자 정신치료 프로그램 마련 등도 제안했다.
근로기준법상 상시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법이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취업규칙을 작성해야 한다. 취업규칙은 사실상 기업의 ‘내부법’으로 법원의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근거가 된다. 노무법인의 문 대표는 “직장 괴롭힘 금지를 법률에 도입하는 방안도 가능하지만, 취업규칙 기재 의무만 도입해도 사업장 내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규칙 기재를 의무할 직장 괴롭힘 금지 문안으로는 “직무상 지위나 인간관계 등의 직장 내 우위성을 바탕으로 업무의 적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언동에 의해 다른 노동자에게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가하거나 취업환경에 해를 입히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등이 거론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직장 괴롭힘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장 괴롭힘의 개념을 정의한 뒤 상반기 중 종합대책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법률 제·개정 등을 통해 직장 괴롭힘을 법령으로 규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고용부 관계자는 “특별법으로 제정할지, 법률을 개정할지 등 구체적 방안은 아직 논의 중”이라며 “법률 제·개정 방식을 취할지 여부는 종합대책을 확정할 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