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큰일났네. 쓰레기가 이렇게 쌓여서 어떡해요."
2일 오전 10시쯤 서울 동작구 A아파트에 비닐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자 주민 이모씨(67)가 혀를 찼다. 아파트 경비원 김모씨(69)는 "수거 업체가 지난달 말부터 비닐과 페트병만 안 가져간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재활용업체와 협의해 수도권 일대 아파트에서 벌어진 '쓰레기 대란'을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혼란에 빠진 현장이 안정을 되찾을지는 미지수다.
이 아파트 주민 김모씨(65)는 "정부 정책이 확고부동하지 않고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데 뭘 믿어야 하냐"며 "비닐을 종량제에 버리면 공해도 생기고 그동안 익숙해지기도 했으니 분리수거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엄모씨(56)는 "최근 5일 정도 폐비닐을 처리하느라 종량제 봉투를 평소의 2배가량 썼다"고 말했다.
폐비닐 수거가 다시 가능해진다 하더라도 이전처럼 아무 비닐이나 가져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음식물이나 이물질이 묻어 재활용하기 어려운 폐비닐을 일부 재활용 쓰레기 선별 업체들이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B아파트에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러 온 S수거업체 직원 이모씨(54)는 쌓여있는 비닐 쓰레기를 보자마자 "이제부터는 이런 쓰레기는 못 가져간다"며 "납품업체가 거부해서 비닐 쓰레기가 담긴 쓰레기 마대 3자루를 못 내리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음식물이 묻은 비닐 쓰레기를 가리키며 "이렇게 음식물이 묻어있는 건 재활용도 못하는데 제대로 씻어 버리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며 "마대를 다 뜯어서 재활용되는 쓰레기만 고르면 얼마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씨는 쌓인 폐비닐 쓰레기 마대는 아파트에 그대로 남겨두고 다른 재활용 쓰레기만 수거하고 떠났다.
주민들이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지 않으면 당장 경비원들의 업무만 늘어난다. 서울 동작구 또 다른 아파트 경비원 김모씨(64)는 "더러운 비닐을 분리수거함에 넣는 사람도 있고 아예 분리수거도 안 하고 그냥 놓고 가는 사람도 있다"며 "분리수거 날에는 내내 분리수거장에 나와 있지만 일일이 골라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파트 경비원 이모씨(62)는 "스티로폼이나 비닐을 일일이 씻어서 내는 주민은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씻어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동작구 C아파트 경비실장 김모씨(71)는 "지난달 30일 수거업체에서 깨끗한 비닐은 가져가겠다고 연락이 와서 비닐, 스티로폼 등은 이물질이 묻지 않았는지 확인해 더 엄격히 구분해서 버리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아파트 단지와 수거업체 간에는 비닐을 가져가는 대신 비용을 부담하라는 이야기도 오간다. 결국 입주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무단투기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