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3단독 이춘근 판사는 이달 12일 성폭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41)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강씨는 지난해 9월 부산 중구의 한 매장 내에서 짧은 청치마를 입은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하는 등 두 달간 5차례에 걸쳐 여성의 신체 부위를 촬영한 혐의다. 강씨는 과거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도 있다. 하지만 판사는 "영상자료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형 집행을 유예했다.
#. 제주지법 형사4단독 한정석 부장판사는 이달 10일 승무원의 치마 속을 촬영한 대학생 김모씨(25)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김포에서 출발해 제주로 오는 여객기 안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승무원 A씨의 치마 속을 촬영한 혐의다. 제주공항에 도착한 후에는 수화물을 찾던 B씨의 치마 속을 촬영하다가 이를 제지하는 다른 승객을 폭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자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처벌은 벌금형을 내렸다.
홍대 몰래카메라(몰카) 편파수사 시위를 키운 것은 과거 수많은 몰카 사건들을 솜방망이 처벌한 사법당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물리적 접촉이 없는 몰카범을 추행범보다 강하게 처벌할 수 없도록 돼 있는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촬영 범죄'로 검거된 1만 6201명 중 98%인 1만5662명이 남성이었다. 가해자가 면식범인 경우는 2259건이었는데 그중 애인인 경우가 1077건으로 47.7%나 됐다.
이처럼 '남성 가해자'가 일반적인 상황에서 홍대 사건의 경우 이례적 '여성 가해자'가 신속히 검거돼 구속 기소되자 여성들의 분노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불법촬영으로 재판에 넘겨진 몰카범들의 처벌 수위가 낮았다는 점도 '오해'의 근거가 됐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 따르면 2012년 10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몰카 범죄로 형이 선고되거나 확정된 1심 판결 216건을 분석한 결과 벌금형이 68%(147건)로 대부분이었다. 집행유예도 17%(36건)를 차지했다. 실형은 9%(20건)에 머물렀다.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되는 이유는 물리적 폭력을 상대적으로 강하게 처벌하는 현행법 때문이다. 형법상 강간이나 강제추행죄 등 물리적인 폭력이 동반되는 죄는 각각 3년 이상 유기징역,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반면 불법촬영은 '의사에 반해 촬영을 하거나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한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몰카 범죄 양형은 성폭력이나 강제추행보다 가볍고 대부분 범죄자들이 초범인 경우가 많다"며 "상습적으로 몰카범죄를 저질렀거나 몰카 찍은 것을 유포했다면 실형 가능성이 커지지만 초범이면 재판부가 처음부터 실형을 내리기 부담 된다"고 말했다.
같은 사진·영상이더라도 촬영 부위나 노출 정도, 피해자 특정 여부에 따라 양형이 달라지기도 한다. 실제로 노출 수위가 약한 사진을 찍은 몰카범은 벌금형이 아닌 무죄를 선고받기도 한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016년 불법촬영죄로 기소된 유모씨(29)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에 돌려보냈다. 유씨는 2013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49건의 몰카를 찍은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가슴 부위를 강조하거나 윤곽선이 드러나지 않았고 시야에 통상적으로 들어오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했을 뿐 특별한 각도나 방법으로 찍은 사진이 아니다"며 해당 몰카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봤다.
20대 국회에는 여러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예컨대 박남춘(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의원 13명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 문구를 '성적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 문구로 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현우 법률사무소 현율 변호사는 "사람마다 성적수치심을 야기 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기준을 세우는 것이 대단히 모호한 것은 사실"이라며 "유사한 상황에서 처벌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오는지, 판단의 일관성이 유지되는지를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미 법률사무소 세원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피해자의 감정은 노출부위와 상관없이 그 경중을 따지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몰카범에 대해서도 엄벌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