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설악산 '단풍 절정'…대부분 주요산은 아직
초가을에도 이어지는 높은 기온 등 배경
지역 축제에도 타격…'단풍 기간' 줄어들 가능성도

최근 완연한 가을 날씨가 나타나면서 전국 주요 산에서도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다만 절정에 이르는 시기는 주요 산 대부분이 평년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가을철 기온 상승과 기후 변동성이 단풍 시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올해 설악산에서는 지난 16일 단풍이 절정에 달했다. 이는 평년(10월17일)보다 하루 빠르다. 첫 단풍은 지난달 28일 관측됐으며 평년과 같은 날짜다. 기상청은 산 전체의 약 20%가 물들었을 때를 첫 단풍으로, 80%가 물들었을 때를 절정으로 판단한다.
다만 다른 주요 산에서는 아직 단풍 절정이 관측되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단풍 절정 시기가 평년보다 늦어지는 경향을 보인 만큼 올해도 절정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의 '유명산 단풍 관측자료'에 따르면 팔공산은 지난해 11월12일 절정을 기록해 평년(10월28일)보다 15일 늦었다. 2024년에도 11월8일로 11일 차이가 났다.
다른 주요 산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특히 속리산은 평년 단풍 시작일이 10월14일이지만 올해 아직도 첫 단풍이 관측되지 않았다. 절정의 경우 2024년과 지난해 모두 평년보다 각각 10일과 9일 늦었다. 한라산의 단풍 절정 역시 최근 2년간 평년보다 각각 16일과 14일 지연됐다. 이외에도 올해 주요 산의 단풍은 이달 하순부터 다음 달 초까지 대체로 평년보다는 늦게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단풍이 평년보다 늦게 드는 배경에는 초가을까지 이어진 높은 기온이 있다. 가을철 기온이 낮아지고 일조시간이 줄어들 때 나뭇잎의 엽록소가 분해되면서 노란 색소가 드러나고 붉은 색소가 생성되는데, 기온이 높다 보니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초가을 기온은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이어왔다. 기상청의 최근 3년간 '9월 기후특성' 자료에 따르면 2024년 9월 전국 평균기온은 24.7도로 평년보다 4.2도 높아 역대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23도)는 평년보다 2.5도 높아 역대 2위에 올랐다. 올해는 평년보다 1.2도 높았다. 지난 12일 서울 낮 최고기온은 30.1도로 113년 만에 10월 최고기온과 같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단풍 지연은 지역 축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리 정해둔 축제 일정과 실제 단풍 시기가 어긋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대구 팔공산 단풍축제는 당초 10월23일 개막할 예정이었지만 단풍이 충분히 물들지 않아 같은 달 29일로 연기됐다.
독자들의 PICK
지금 936명 읽는 중
축제 개최 시기에 대한 고민도 커진다. 철암단풍축제위원회는 올해 태백시 철암단풍축제의 개막 시기를 직전 축제보다 일주일 가량 미뤘다. 축제 관계자는 "매번 축제 시기를 맞추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라며 "최근 기후변화로 (단풍 절정) 시기가 미뤄지다 보니 개막도 그에 맞췄다"고 말했다.
남성현 전 산림청장(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석좌교수)은 "단풍이 들기 위해서는 일교차가 크지 않아야 하는데 올해는 기온이 들쑥날쑥하면서 식물들도 변화하는 온도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온 상승 추세와 변동성이 맞물린 결과로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의 영향 중 하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추워지거나 비가 적게 내리면 잎이 마르고 빨리 낙엽이 될 수 있다"며 "이는 단풍을 볼 수 있는 기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