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의 법관·민간인 사찰과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이 고문으로 있던 서울 강남 소재 투자회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임 전 차장이 은닉했을지 모를 법원행정처 재직 시절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2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이날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소재 A인베스트먼트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이 회사는 임 전 차장이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자신의 사무실을 두고 있던 곳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부터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각종 문건과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동시에 검찰은 임 전 차장의 변호사 사무실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이규진 전 양형실장, 김모 판사 등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또 이들의 법원 이메일 계정 내 이메일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이 훼손, 변경 또는 삭제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영장도 청구했으나 법원은 역시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주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법원은 "주거의 평온을 깰 정도의 소명에 이르지 못했다"며 기각한 바 있다. 법원은 이날 압수수색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피의자 양승태, 박병대가 지시 또는 보고 등 피의자 임종헌과 공모하였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실장과 김모 판사에 대한 영장의 경우 지난주 청구한 영장과 별다를 게 없다며 역시 기각됐다. 통상 압수수색영장의 발부율이 90%를 웃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관련자들의 범죄혐의를 다수 추가했고, 소명자료도 임 전 차장의 USB에서 나온 '수사 대응자료', '원장·처장 보고자료' 등 수천건 파일 등이 다수 보강된 상태였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법원행정처가 '기획조정실 자료를 제외한 사법정책실, 사법지원실, 인사자료, 재판자료, 정모 판사 등 일선판사 자료, 이메일, 메신저 등을 제출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6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자기장을 이용해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삭제하는 '디가우징'된 양 전 대법원과 박 전 처장의 하드디스크는 완전히 훼손돼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컴퓨터 저장장치(하드디스크)에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관련성이 없거나 공무상 비밀이 담겨있는 파일 등이 대량으로 포함돼 있어 이 파일에 대한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당시의 상황에서 제공은 곤란하다"며 "수사의 필요성이나 관련성이 있는 컴퓨터 저장장치 내의 정보 제공을 할 것이며 최종통보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