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자치경찰제 도입을 앞두고 시·도 지방자치단체들의 시범사업 유치전이 시작됐다. 경찰청이 발표한 지역 5곳 중 서울·제주·세종은 시범운영을 확정한 상태다.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준비팀을 꾸린 경기도, 유치 의사를 공문으로 밝힌 인천 외에도 여러 시·도가 시범운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근거 법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형성된 경쟁 분위기에 경찰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눈치다. 처음부터 지자체들의 관심이 컸던 건 아니라서다.
서울시가 지난해 초 "국가경찰은 자치경찰에게 권한 대부분을 이양해야 한다"는 용역연구 결과를 발표한 후에도 각 지자체들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지난해 3월 자치경찰제에 관한 의견을 수렴할 때도 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서울의 입장에 '묻어가는' 정도의 소극적인 태도만 취했다.
경찰 내부 시각도 곱지는 않다. 경찰 입장에선 굳이 지자체에 인력을 넘겨줄 이유가 없다. 한 경정급 간부는 "현장에선 민갑룡 청장의 숙원인 수사권 조정을 위해 '경찰이 차 떼고 포 떼준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며 "국가경찰을 분리하는 자치경찰제 역시 경찰을 '염가'에 넘긴 대표적 사례라고 본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는 지자체에게도 풀기 어려운 숙제다. 자치경찰은 이해관계 당사자가 정부-지자체-기초단체, 국가경찰-자치경찰-현장공무원 등으로 다양하다. 이로 인한 업무 중복과 책임 문제로 인한 다양한 문제 발생이 예상된다. 또 대원칙을 만든다 해도 지역간 격차가가 커 일괄적용도 힘들다.
다행히 지난해 말 시범운영 비용 전액을 국가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자치분권위 발표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러나 이는 자치경찰제가 내 돈 들여 시행하기엔 부담스러운 사업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모두가 자치경찰제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지금 상황에선 법제화보다 시급한 것이 자치경찰의 당위성을 명확히 하고 홍보하는 일일 수 있다. 그것이 힘들다면 재원 마련 방안을 법 조항에 명시해 국가의 정책 의지라도 보여야 한다.
자치분권위는 제도 운영을 위해 장기적으로 자치경찰교부세 도입도 검토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재원 부담 주체를 놓고 대립했던 누리과정 논란에서 보듯, 법이 명확하지 않거나 정권의 의지가 바뀌면 상황이 금세 뒤집힌다는 것을 우리는 여러차례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