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프로필에 아이 엉덩이가…"

박가영 기자
2019.05.19 07:01

[프로불편러 박기자]용변, 토사물에 알몸까지…"아이 사진 때문에 SNS 보는 게 괴롭다"

[편집자주] 출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잠들기 전 눌러본 SNS에서…. 당신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상 속 불편한 이야기들, 프로불편러 박기자가 매주 일요일 전해드립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스타그램 '#배변훈련' 검색 결과창. 아이들이 변기에 앉아 있는 사진이 대부분이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며칠 전 지인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눌러 본 직장인 A씨(28)는 몹시 당황했다. 벌거벗은 아이 사진이 프로필에 등록돼 있었기 때문. 생후 100일 정도된 아이였지만 성기까지 그대로 찍혀 있어 보기 불편했다. A씨는 "자식이 예쁘고 귀여워서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해뒀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선 민망하고 불쾌하다"고 전했다.

아이 엉덩이, 기저귀에 토사물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아이 사진이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자녀의 사적인 모습을 공유하는 부모들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다수. 일부 부모들의 무분별한 사진 공유를 두고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SNS에 #배변훈련 검색하면…"비위 상해 밥 못 먹기도"

자녀의 일상 속 모습을 SNS에 올리는 부모들. 이들을 일컬어 '셰어런츠'(sharents)라 한다. 공유를 뜻하는 셰어(share)와 부모(parents)의 합성어다. 셰어런츠는 아이가 먹고 자고 노는 모습, 그야말로 일거수일투족을 찍어서 공유한다. 이러한 행위는 '셰어런팅'(sharenting)으로 불린다.

19일 인스타그램에 '#육아스타그램' 해시태그를 검색한 결과 2470만건 이상의 게시물이 나왔다. 주로 아이가 울고 웃는 순간, 밥을 먹는 모습 등 평범한 일상을 담은 사진이 게시돼 있었다.

그러나 이 중에는 타인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사진도 여럿이다. 아이 기저귀 가는 모습, 콧물 등 분비물이 흐르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토사물, 대변 등 다소 비위가 상할 수 있는 모습 역시 셰어런츠에겐 공유의 대상이 된다. 인스타그램엔 '용변' 전용 해시태그까지 등장했다. '#배변훈련'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만 6만여개. 사진 속 아이들은 대부분 기저귀 혹은 속옷을 내리고 변기에 앉아 있다. 아이가 소변을 본 후 물을 내리는 장면을 찍어 올려 변기 속이 그대로 보이는 게시물도 적지 않다.

직장인 김모씨(33)는 "해가 지날 수록 결혼해서 애 낳는 친구가 많아진다. 자연스레 SNS에도 아이들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데 보기 불편한 경우가 많다. 아들이 두드러기 났다고 하면서 환부 사진을 그대로 올리거나, 처음 변기에 대변을 눴다며 그걸 찍어서 업로드 한다. 점심시간에 무심코 SNS를 보다가 속이 안 좋아져서 밥을 못 먹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임모씨(30)는 "언니가 하루에도 몇 번씩 조카 사진을 보낸다. 조카를 정말 사랑하지만 몇몇 사진은 부담스럽다. 굳이 보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보여주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셰어런츠는 SNS가 일상을 공유하는 곳인 만큼 아이 사진을 올려도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부모 입장에선 '육아'가 일상이기 때문이다. 누리꾼 A씨는 "아이들의 소소한 모습을 SNS 올리며 주변 부모들과 소통한다. SNS가 아이의 성장 일기이기도 하다. 보기 불편한 사람이 안 보면 된다"고 전했다.

◇"내 사진 왜 올려?"…캐나다선 부모 상대로 소송 내기도

이 같은 '셰어런츠'를 향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셰어런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아이들이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공개된 정보들로 수년 뒤 곤란한 일에 처할 수 있다. 오줌 싼 이불 사진 등 사생활을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는 인격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외국에선 자신의 사진을 10년 넘게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소송을 건 사례도 있다. 2016년 10월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에 사는 대런 랜달(당시 13세)은 자신의 부모에게 합의금 35만캐나다달러(약 3억1000만원)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랜덜은 "부모가 올린 사진들이 나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아이들이 사진을 과도하게 공유하는 부모들로부터 스스로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모를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사생활 보호에 엄격한 프랑스의 경우 부모가 자녀의 유아 시절 사진을 동의 없이 올리면 4만5000유로(약 6000만원)의 벌금과 1년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경각심을 갖고 자녀 사생활을 감추려는 '하이드런츠'(감추다는 뜻의 hide와 부모 parents의 합성어)도 생겨나고 있다. 누리꾼 B씨는 "아이 사진은 가족 단체대화방에만 공유한다"면서 "가끔 귀여운 모습이 사진에 담기면 SNS에 올려 자랑하고 싶긴 하다. 아이를 위해 참는다. 아이에게 동의를 구할 수 있을 때까지 사진을 올리지 않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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