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블리]"왜 내가 고발한 사건은 아직도 수사 안해?"

최민경 기자
2019.12.28 06:51

[the L]검찰 사건 처리 속도 차이나는 이유

[편집자주] 검찰 수사는 브리핑이나 발표로 전달되는 뉴스 외에도 이면에서 벌어지는 내용이 더 많습니다. 맛평가 조사인 블루리본처럼 검찰블루리본, '검블리'는 검찰 수사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살펴보고 전달하고자 합니다.
검블리 / 사진=이지혜기자

"○○ 수사는 압수수색도 하고 빠르게 진행하면서 왜 내가 고발한 사건은 아직도 고발인 조사도 안 하나"

검찰에 고발한 고발인들 중 검찰의 느린 수사에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어떤 사건은 빠르게 수사하면서 자신 관련 사건은 제대로 착수하지도 않는다고 '부실 수사'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건이 검사실에 배당되는 시간은 사건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되거나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은 2~3일 내로 배당이 이뤄진다. 그러나 사건을 실질적으로 처리하는 기간은 차이가 크다. 배당된 지 며칠 내로 관계자 조사나 강제수사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몇 개월 후 조사하거나 해가 지난 후에야 진행되는 사건도 있다.

왜 사건별로 검찰 수사 속도에 차이가 있는 걸까? 현직 검사들은 사건 처리 속도가 차이 나는 이유로 검찰의 '인사 시스템'을 지적한다. 인사 평가에 도움 되는 중요 사건과 수사하기 쉬운 사건을 우선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인사와 차장·부장검사급 중간간부 인사는 보통 7~8월에 발표되지만 사건을 실질적으로 수사하는 평검사들의 정기인사는 매년 2월에 예고돼있다. 인사에 반영되는 검사들의 실적 평가는 매년 6월 초와 12월 초에 두 차례 이뤄진다.

그러나 하반기엔 10월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돼 바빠지고 상반기에 시작된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수사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검사들은 한정된 근무 기간 내에 인사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실적을 낼 수 있는 중요 사건과 수사하기 쉬운 사건부터 처리한다. 결론을 내리기 애매하거나 배당된 지 오래된 장기 미제 사건은 연말이 돼서야 수사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검사들 사이에선 "처리시기만 봐도 (어떤 사건인지) 알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오가곤 한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인사 발령 뒤 3월부터 일해서 8월까지 끝내고 하반기엔 밀려 있는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평가하는 사람들이 가버린 후 일해 봐야 소용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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