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숨기면 징역 2년? 정부의 '말대포'

세종=최우영 기자
2020.01.30 09:01
중국 우한 거주 한국 교민 수송을 위한 전세기 운항 일정이 지연된 가운데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전광판에 우한행 항공기 일정이 표시돼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걸린 사실을 숨기거나 검역을 거부할 경우 정부가 처벌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를 감염병으로 명확히 지정하기 전까지는 ‘엄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감염을 숨긴 이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적 근거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이번 신종코로나를 감염병으로 지정해 고시해야 갖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훈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머니투데이와 한 통화에서 “정부가 신종코로나를 감염병으로 지정하지 않은 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감염자가 역학조사나 강제격리를 거부할 때 감염병관리법상 처벌규정을 원용해 적용하기는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복지부 장관 고시로 감염병 종류를 추가하는 게 어렵지 않은데 왜 아직도 안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26일 “현재 감염병 예방법이나 역학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답변한 경우 2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2년 이하의 징역을 하게 돼있다”며 “이런 부분들을 고지하면서 역학조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신종코로나가 현재 감염병관리법에 따른 1급 감염병이라는 판단에 따른 입장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감염병관리법 개정안은 1급감염병의 유형에 사스·메르스·에볼라·페스트 등 구체적 진단명과 함께 ‘신종감염병증후군’이라는 포괄적인 이름을 넣어놨다. 신종코로나는 신종감염병증후군에 해당한다는 것.

감염병관리법에 감염병의 명칭을 구체화한 이유는 진단명에 따라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의 법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감염병관리법에서 규정한 질병에 대해 의료진에게 거짓 진술·거짓 자료 제출을 하거나 고의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진다. 특히 정당한 사유 없이 질병관리본부나 지자체의 역학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회피하는 행위, 거짓 진술하는 행위 등은 2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신종코로나의 경우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는 힘들다. 법으로 누군가를 처벌하는 ‘형벌법규’는 구성요건의 기준이 되는 내용이 명확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명확성의 원칙’이라고 한다.

감염병관리법은 ‘감염병’에 대한 정의에서 ‘갑작스러운 국내 유입 또는 유행이 예견돼 긴급한 예방·관리가 필요해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감염병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 장관의 고시를 통해 신종코로나를 감염병으로 당장 분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신종코로나를 감염병관리법상 감염병으로 지정해 고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일본은 지난 28일 각의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폐렴을 ‘지정 감염증’으로 결정했다. 일본 각의는 한국의 국무회의와 같은 자리다. 치료비 지원, 강제입원 등을 실행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한편 정부는 신종 코로나에 걸리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받는 검사와 치료에 드는 비용은 모두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과거 메르스와 사스 등 감염병 사태를 겪은 정부에서 매년 격리치료비용을 별도 예산으로 편성해 관리하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에 편성된 격리치료 관련 예산은 29억원 가량이다. 이 안에는 환자 격리를 위한 시설 구축, 격리 병상 확보, 격리상태에서의 치료에 들어가는 돈이 포함됐다.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진료비와 입원비 등이 부담된 감염자들이 이를 숨기고 치료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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