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8만장 풀렸다는 마스크, 내꺼는 왜 한장도 없나요?

김남이 기자
2020.03.05 06:00
4일 서울 명동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매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날 ‘코로나19 당정청 회의’를 열고 국민 불만이 많았던 줄 서기 대신 약국을 통한 공적 판매를 늘리기로 했다. 당정청은 마스크 대란 해소를 위해 수출 물량을 없애고 주말 생산까지 독려하는 등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사진=뉴스1

"아침부터 밖에서 기다리다가 마스크 들어오면 바로 사서 가는 거죠."(경기도 소재 약국 운영자)

'마스크 쟁탈전'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정부에서 '공적마스크'를 유통하고 있지만 찾아보기가 힘들다. 특히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쟁탈전에서 승리하기 더 힘들다. 공적마스크 판매 물량과 구조에 그 이유가 있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6일간 판매된 공적마스크는 총 2858만장에 이른다. 국민 절반 이상에 한 장씩 돌아갈 수 있는 물량이다. 하지만 품귀 현상은 여전하다. 왜일까.

대구·경북, 의료기관 우선 배분...4일, 인구 절반 모인 수도권엔 29%만

식약처는 공적마스크 판매를 계획할 때부터 지역 배분을 염두에 뒀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스크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인 대구・경북지역과 함께 의료기관에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의 공적마스크 하루 공급 목표량은 500만장, 이중 100만장은 대구·경북 지역의 몫이다. 실제 지난 6일간 유통된 공적마스크 2858만장 중 905만장이 대구·경북 지역에 배포됐다. 계획보다 더 많은 물량이 대구·경북지역에 풀린 셈이다.

또 의료기관에는 하루 50만장 배포가 목표다. 식약처는 지금까지 하루 평균 67만개의 공적마스크를 의료기관에 전달했다.

대구·경북과 의료기관에 우선 배분되다 보니 수도권은 인구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이 풀린다. 2568만명의 인구가 몰려 있는 수도권의 경우 4일 판매된 물량이 약 159만장이다. 유통된 공적마스크(541만5000장)의 29% 정도다.

1인당 5장의 함정...2570만명 사는 수도권, 32만명만 구매 가능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2일 오후 서울역 내 중소기업명품마루 브랜드K에서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정리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지역 배분 구조와 함께 1인당 5장까지 살 수 있는 구매방식도 개인의 구매를 더 어렵게 한다. 대부분 5장을 한꺼번에 구매하기 때문에 하루 500만장이 모두 시장에 풀려도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은 100만명으로 준다.

의료기관과 홈쇼핑(1인당 30개 판매) 등을 고려하면 구매할 수 인원은 더 줄어든다. 수도권의 경우 4일 약 159만장이 유통됐는데 1인당 5장씩 산 것을 고려하면 구매 인원은 약 32만명 밖에 되지 않는다. 전일에는 81만장만 풀렸다.

경기도 소재의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어제 마스크 50장이 약국으로 왔다"며 "실제 구매한 사람은 10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어제 마스크는 오후 2시에 왔는데, 오전부터 찾아와 마스크를 내놓으라며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었다"며 "오늘은 마스크가 10시쯤에 왔고, 아침부터 기다리던 사람들이 바로 사 갔다"고 전했다.

이와중에 사재기...정부, 신분증 제시 방법 검토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2일 오후 서울역 내 중소기업명품마루 브랜드K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일부에서는 공적마스크 사재기도 발생하고 있다. 약국을 돌아다니며 공적마스크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조직적으로 ‘공적마스크’ 유통차량을 뒤쫓는 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장당 1000원에 팔린 ‘공적마스크’가 중고거래 사이트에 2000원 이상 가격에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사재기가 벌어지면 가뜩이나 적은 물량이 일반 소비자에게 돌아가기는 더 힘들다.

이에 사재기를 막고자 정부는 약국의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을 활용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DUR은 환자가 처방받은 의약품 정보를 의사와 약사가 실시간으로 공유해 중복 투약을 방지하는 프로그램이다.

DUR을 응용하면 마스크도 한 사람에게 중복 판매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대신 마스크 구매자는 구매 시 약국에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결국은 물량 부족...정부, 마스크 100% 통제까지 검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마스크 수급 안정 관련 긴급 합동 브리핑'을 마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결국은 절대적인 생산량 부족이 문제다. 마스크 수요가 높은 상태에서 공급이 뒤받쳐주질 못하고 있다. 여기 당장 마스크가 필요한 대구·경북, 의료기관에 마스크를 우선 배분하다보니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적다.

정부는 마스크 물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에 공적마스크의 비율을 하루 생산량의 80%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는 정부가 하루 생산량의 약 50%를 공적 판매처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80%까지 늘리면 하루 800만장 이상의 공적마스크가 시장에 유통된다. 현재보다는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80% 수매에도 문제가 지속되면 통제 물량을 100%까지 늘리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

마스크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정부가 마스크 생산량의 50%를 사들이면서 공적마스크 외에 다른 물량을 구해 유통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차라리 정부가 모두 사들이는게 가격을 안정화하고 유통업자와 판매처 간의 갈등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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