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WHO 팬데믹 뒷북 선언…국내 집단감염에 집중해야"

최민경 기자
2020.03.12 13:26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2월 24일 월요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본부에서 코로나19 최신 정보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AP

WHO(세계보건기구)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국내 방역당국이 유럽 주요 국가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절차를 확대한다. 다만 입국 자체를 막는 입국제한 지역을 늘리진 않을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선언으로 입국제한 조치 등 국내 방역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5개국에 대해 오는 15일 0시부터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한다고 12일 밝혔다.

특별입국 대상자는 발열 체크, 특별검역신고서 확인 조치가 이뤄진다. 또 자가진단앱을 깔고 국내 체류지 주소와 수신 가능한 연락처를 기재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 후베이성을 제외한 전역과 홍콩, 마카오를 검역관리지역(오염지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전날 이탈리아와 이란을 검역관리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입국 자체를 막는 방침은 후베이성 여권 소지자와 후베이성 방문·체류 외국인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검역관리지역은 아니지만, 정부는 일본발(發) 입국자도 특별입국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의료계에선 해외 감염원 유입 차단도 중요하지만 국내 집단감염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WHO의 팬데믹 선언은 뒤늦은 감이 있고 입국제한 등 추가 조치도 현재로선 의미 없다는 시각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주에 이탈리아와 우리나라, 일본 상황을 보고 WHO에서 팬데믹 선언을 발령했어야 하는데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입국제한 조치가 추가적으로 필요한지에 대해선 "전 세계에 확산됐는데 전 세계를 다 막을 수도 없다"며 "입국제한은 언급할 여지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WHO 사무총장 선언이 너무 늦었다"며 "WHO 사무총장은 통제될 수 있다는 표현을 쓰는데 감염전문가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문가들은 모두 억제(containment)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국가든 지역사회 감염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며 "시간을 벌어서 지역사회 유행 전파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 교수는 WHO의 팬데믹 선언이 국내 방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WHO 팬데믹 선언은 각국이나 일반인에 영향이 크겠지만 그와 무관하게 우리는 이미 국내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이라며 "국내방역과 외부에서 유입되는 코로나19를 차단하기 위한 우리의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선 다른 나라를 살필 겨를 없이 각자도생해야 한다"며 "보건역량 등 각국의 형편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입국제한 조치보다 국내 지역사회 집단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것이 전문가 입장이다. 그는 "입국제한이 이슈가 되기엔 늦었다"며 "현재 국내방역의 관건은 콜센터로부터 시작된 수도권 집단발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 병원, 요양센터, 콜센터, PC방, 노래방 등 좁은 공간에 사람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해야 한다"며 "선제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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