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맨]자퇴생에서 22만 유튜버로, '꿀잠요정' ASMR 연츄

김지성 기자, 이동우 기자, 정회인 인턴기자, 김소정 인턴
2020.04.05 06:00

인터뷰|심리적 안정 ASMR, 시청자들 반응보며 힘 얻어…청력 예민해지기도

[편집자주] 유튜브, 정보는 많은데 찾기가 힘들다. 이리 저리 치인 이들을 위해 8년차 기자 '머투맨'이 나섰다. 머투맨이 취재로 확인한 알짜배기 채널, 카테고리별로 쏙쏙 집어가세요!

미치게 피곤한데 도통 잠이 오지 않을 때, 하수는 양을 세고 고수는ASMR을 듣는다. 우리말로 '자율 감각 쾌락 반응', 쉽게 풀면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소리다.

ASMR 유튜브라고 다 같은 ASMR이 아니다. 귀 모양 마이크를 이용한 귀 청소 콘텐츠도 유튜버마다 시원함의 깊이가 다르다. 그 중 섬세하지만 과하지 않은 콘셉트로 ASMR 초심자와 '고인물' 모두가 즐겨찾는 채널 'ASMR 연츄'의 김연주 크리에이터를 머투맨이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진행됐다.

2017년부터 매주 3개 이상 성실하게 영상을 쌓아 온 덕일까, 일상 속 흔한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워온 덕일까. ASMR에 위로받던 사회초년생 김연주는 어느새 ASMR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중견 유튜버로 자리매김했다.

"불면증으로 힘들었는데 덕분에 잘 잔다"는 댓글에 본인의 쓸모를 느낀다는 김연주 크리에이터,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학 자퇴 후 ASMR 유튜버의 길로
유튜브 채널 'ASMR 연츄' /사진=유튜브 캡처

-어떻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나.

▶고등학교 때 미술을 했다. 미술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엄마가 건축과 수시를 쓴 게 합격하면서 가고 싶지 않은 학과에 가게 됐다. 그러다 3학년 때 충동적으로 자퇴하고 집에만 있었다. 당시 매일 일기를 썼다. 그런데 왠지 일기를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 있지 않나. 누가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영상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시작은 일상 브이로그였다.

-수많은 콘텐츠 중 ASMR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좋아하던 ASMR 유튜버 팬 미팅 갔다가 그 유튜버 언니와 인연이 됐다. 언니가 "ASMR 해봐, 잘 맞을 것 같아"라며 마이크를 집에 택배로 보내줬다. 찍어 보니 너무 잘 맞았다. '텐션'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차분하면서도 즐겁게 ASMR을 할 수 있었다. 유튜브 이름도 '연츄의 일상'에서 '연츄의 ASMR'로 바꿨다. 그 사람은 하쁠리 언니다. 진짜 감사하다.

-ASMR 유튜브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처음 시작했을 땐 부모님이 불안해하셨다. 너무 어린 나이었고, 엄마는 딸이 미술이나 건축 분야에서 명성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셨다. 스무살부터 혼자 살았다. 집에 가면 유튜브를 못 하게 하실 거 같아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했다. 알바비를 모아 월세를 냈고, 생활비는 거의 없이 살았다. 유튜브 수입이 30만~40만원 생길 때부턴 반대하시던 엄마도 '해봐라' 하셨다.

들었을 때 마음이 편하다면, 그게 바로 ASMR
유튜브 채널 'ASMR 연츄' /사진=유튜브 캡처

-'ASMR 연츄'가 추구하는 바가 있다면.

▶ASMR 마이크만 있으면 누구나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튜버 목소리에 따라 걸걸한 소근거림이 나올 수도, 섬세한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는데 취향에 따라 듣는 거라 편하게 찍는 편이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소리를 많이 찾으려고 한다. 얼마 전 길을 가다 어떤 아이가 돌로 바닥을 긁고 있는 걸 보고 '오, 저거 특이하다' 싶어 예쁜 조약돌을 주문했다. 메모도 많이 한다.

-ASMR 하다보면 소리에 예민해질 것 같다.

▶원래는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 아니어서 잠도 잘 자고 주위 소리 잘 못 들었다. ASMR 하다 보니까 에어컨, 냉장고, 보일러 등에서 나온 소리가 크게 들린다. 친구들이 "사소한 소리로 왜 짜증을 내느냐"고 할 정도다. 그래서 ASMR 촬영할 땐 가전기기 코드를 뽑고 하는데, 다시 꼽는 걸 잊어 음식이 상한 적이 많다.

-2017년부터 3년째 해오고 있다. 나름대로 ASMR을 정의한다면.

▶ASMR이라고 해서 무조건 조용해야 하고 잡음이 있으면 안 되고,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공사장 근처에서 자란 사람은 공사장 소리를 듣고 마음 편해질 수도 있고, 시장에 집이 있었다면 시장 소리에 안정을 느낄 수 있다. 본인이 들었을 때 편안하고 마음이 안정된다면 그게 다 ASMR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을 넘어 K-ASMR 선두주자 되고파
지난달 26일 진행된 'ASMR 연츄' 인터뷰 현장. /사진=김소정 인턴기자

-유튜브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너무 우울하고 힘들었는데 덕분에 삶의 의지가 생겼다' 이런 댓글이나 '불면증 때문에 죽고 싶었는데 덕분에 잘 자요' 이렇게 도움을 받는다는 댓글을 보면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일단 구독자 수 50만 명. 마음 같아선 해외에도 퍼져서 100만 유튜버가 되고 싶다. 외국분들한테도 'ASMR 연츄' 영상을 알리고 싶어 영어공부도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K-ASMR' 선두주자가 돼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싶다.

-머투맨 최고 가치는 좋은 채널을 알리고 나누는 것이다. 추천 채널 3개를 소개해달라.

▶첫 번째는 '해물파전TV'다. 게임 영상 중에서도 이 채널의 '롤' 게임 유튜버를 제일 좋아해 하루종일 본다. 안 보고 듣기만 해도 재미있어서 라디오처럼 듣기도 한다. 두 번째는 '닥터프렌즈'. 영상 중에 '의사의 눈으로 본 빈센트 반 고흐'를 보고 고흐 책까지 사서 읽었다. 너무 재미있고 유익하다. 세번째는 '매탈남'이다. 시골에서 길고양이를 키우는 유튜버다. 나에겐 이 채널이 ASM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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